“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성경 요한복음(1장 1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말씀’은 영어로 ‘Word’, 직역하면 글이다. 성경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 경전들, 그리스 신화, 희곡, 문학 등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글로 이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미국 켄터키대, 노스웨스턴대, 인디애나대 등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직했고, 1986년 서울대 정치학과 초빙교수로 한국에 돌아와 15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했던 양성철(80) 김대중 평화재단 고문이 쓴 ‘글이 금이다’는 고전(古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책이다.
소포클레스의 3부작(오이디푸스ㆍ안티코네ㆍ일곱 두목의 말로)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괴테의 ‘파우스트’, 도스토옙스키의 ‘쥐구멍에서 쓴 노트’, 입센의 희곡(민중의 적ㆍ인형의 집ㆍ유령들ㆍ야생오리), 콘래드의 ‘어둠의 속마음’ 등 일곱 명의 작가가 쓴 12편의 고전을 뽑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와 불멸의 가치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이를 오늘의 눈으로 재해석한다. 가령 우둔하고 자의적인 리어왕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불완전한 인간의 전형이다. 저자는 그에 비추어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우리 삶의 참뜻이 아닐까’라는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린다.
글이 금이다
양성철 지음
박영사 발행ㆍ492쪽ㆍ2만7,000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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