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과 광주시의회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대표이사로 박광태(76) 전 광주시장이 선임된 걸 두고서다. 지역 시민단체들과 정치권이 지난 21일부터 도덕성 논란 등이 제기된 박 전 시장을 추천한 책임론을 꺼내면서 ‘이 시장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어, 29일엔 ‘비겁함’, ‘직무유기’ 등을 언급하며 제 역할을 못하는 광주시의회를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참여자치21은 이날 “박광태 대표에 대한 사퇴 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의회가 제대로 된 입장조차 내놓지 못하고 내부 갈등만 노출하고 있다”며 “광주시의회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이라는 명분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광주시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거냐”고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광주시의회가 자신의 존재감을 한없이 낮추고 시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기능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참여자치21은 이어 “박 대표 선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일이 왜 부담스러운가? 박 대표가 자진 사퇴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실패하는가? 광주시의회는 이 질문들에 분명하게 답을 하라”고 했다. 박 대표 사퇴 촉구 여론을 외면하고 있는 광주시의회 행태를 지적하며 본분을 잃고 집행부에 끌려 다니는 의회는 비겁함과 무능의 대명사라고 비판한 셈이다.
앞서 참여자치21 등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박 전 시장이 대표로 선임된 이튿날인 21일부터 박 대표의 선임을 철회하고 이 시장은 시민들에게 사과하라는 비판 성명을 잇따라 냈다. 이들 단체들은 박 대표에 대해 △자동차산업 비전문가 △시장 재직 시 20억원 상당의 ‘상품권깡’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도덕적 결함 △노사상생과 사회 대통합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 등을 지적했다.
참여자치21이 이 시장에 이어 광주시의회 때리기에 나선 데는 박 대표 사퇴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도 광주시의회가 열흘이 다 되도록 입을 굳게 닫으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한 탓이다. 박 대표 선임 문제를 놓고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따라잡지 못한 채 내홍에 빠진 광주시의회를 향해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성난 여론은 이 시장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이 시장은 “경륜과 폭 넓은 인적 네트워크, 무게감 있는 인사가 대표를 맡아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박 대표를 감쌌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정의당은 “이 시장이야말로 ‘몽니’를 그만 부리고 박 대표 선임을 철회하라”고 일제히 날을 세웠다. 더구나 이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때 도움을 준 박 대표에게 ‘보은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 “일부 단체는 매사를 비난하고 폄하만 한다”고 시민단체 폄훼 발언을 해 기름을 부었다. 이후 이 시장은 침묵 모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실제 이날 광주시청에서 만난 한 대학 교수는 “시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인사를 내세울 수 있느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이렇게 일갈했다. “광주가 남의 웃음거리가 됐어요. 이건 코미디에요. 슬픈 코미디.”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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