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정보 보호 협정’의 종료를 선언하고, 뒷날 일본에 공식 통보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급하게 체결된 협정이 더는 연장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한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옳지 않은 일이기에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전격적 결정은 언어적으로 보아 한국어 화자들이 앞으로 정체불명의 ‘지소미아’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이나 언론에서는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을 ‘지소미아’ 또는 ‘GSOMIA’라고 줄여서 표기함으로써 뜻을 알 수 없는 외국말로 국민들을 괴롭혔다. 본래 표현이 길어서 쓰기 번거롭다면 ‘한일 군사협정’ 또는 ‘군사정보 협정’이라고 줄여 쓰면 될 것을 ‘지소미아’, ‘GSOMIA’라고 한 것이다.
‘GSOMIA’가 언론 기사에 본격 등장한 것이 2006년 말인데, 당시 ‘군사정보 일반보전 협정’이라는 용어의 줄임말로 썼다. ‘GSOMIA’는 영어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표현이다. 동맹이나 친밀한 관계의 나라 사이에서 비밀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제3국으로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협정이다. ‘GSOMIA’나 그것을 한글로 적은 ‘지소미아’ 자체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일 뿐이다. 따라서 언론에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의 줄임말로 ‘GSOMIA’나 ‘지소미아’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한 인터넷 영어 사전에서 ‘GSOMIA’의 뜻을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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