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29일 열린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연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회의다. 북미 대화 재개에 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가 나올 지 주목되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협상 제안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9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는 올해 4월 1차 회의에 이어 네 달 만에 다시 소집됐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래 한 해에 최고인민회의를 두 차례 연 것은 2012년과 2014년뿐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경우여서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중요 정책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인민회의는 헌법과 법률 개정을 비롯해 국가정책 기본원칙 수립,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을 위한 기관이다.
최대 관심 사안은 김 위원장이 북핵 협상이나 북미, 남북 관계에 대해 직접 입장 내지는 정책 방향을 밝히는 지다. 앞서 6ㆍ30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미국은 북측에 계속해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제안하고 있지만 북한은 화답하지 않고 있다. 이달 한미 군사 연합연습 기간 전후로 북한의 반발과 군사적 도발도 이어져 대화 가능성을 더욱 낮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재개 조건이나 비핵화, 체제 안전보장, 경제 제재 등 협상 의제에 관한 입장을 내놓을 경우, 그 메시지 자체로 향후 대화 판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5월부터 단거리 미사일 등 발사체 시험사격을 총 9차례 단행한 이후여서 김 위원장이 안전보장과 관련한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경제 건설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식으로 대미 메시지를 보낼 공산도 크다. 앞서 1차 회의 때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 등을 통해 자력갱생을 1순위 과제로 강조함으로써 ‘경제 제재에 굴복해 대미 협상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밝혔다. 1차 회의가 열린 지 불과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채택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시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연내 시한을 박으며 태도 전환을 촉구했는데 그사이 입장을 뒤바꿀 만한 사건이 없었다”며 “시정연설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자력갱생을 재차 강조하고 내년 종료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완수를 독려하는 게 주 내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 정책 외에는 북한식 ‘12년 의무교육제도’에 대한 총화가 안건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최고인민회의 개최 날짜가 경술국치일(1910년 8월 29일ㆍ한일강제합병일)인 점을 미뤄볼 때 대일 메시지가 포함될 수도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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