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내 공영주차장 요금
1000원서 최대 5000원으로
“과다 인상” 상인ㆍ이용객들 반발
경기도가 관내 유명 관광지인 남한산성 내 공영주차장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5,000원(주말 기준)으로 무려 5배나 인상한 것을 두고 인근 상인과 이용객의 요금 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요금 인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골목상권과 서민경제를 줄곧 강조해 온 이 지시가 서민 한끼 식사값에 육박하는 4,000원의 무게감을 가벼이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28일 남한산성세계문화유산센터와 상인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27일 경기도의회 제338회 임시회에서 남한산성 공영주차장 요금 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 지사는 당시 일부 도의원들이 요금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 “(남한산성에) 자가용 접근을 줄여 (관광객들이)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며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을 장기적으로 관리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남한산성 일대를 관리하는 남한산성세계문화유산센터 측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산성 안쪽에 있는 4곳의 주차장 요금을 기존 1,000원(주중·주말 관계없음)에서 주중 3,000원, 주말 5,0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이는 과거 15년 동안 주차요금 동결에 따른 조치이자, 타 지역 도립공원 주차요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인상했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산성내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커피) 한 잔 값이 2,000원이라는 점에서 인상폭이 너무 컸다며 요금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4,000원이면 편의점에서 한끼 식사를 거뜬히 할 수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인데, 과도한 인상폭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요금 인상에 공감은 하지만 커피 두 잔이 되는 요금을 갑자기 올리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다”며 “당시 상인들은 평일 2,000원, 주말 3,000원이면 충분하다고 봤는데 너무 올려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센터 측은 요금 인하 대신 식당 이용객에 한해 주차요금을 50%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상인회는 30일 이를 받아들일지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요금을 인상해 차량 접근을 막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주말이면 주차 요금 인상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차량 접근을 줄이기 위해 요금을 올렸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이용객들의 부담만 가중시킨 꼴이 된 것이다.
실제 산성내에 위치한 남한산성파출소 관계자는 “이곳은 대중교통 별로 없어 접근성이 떨어져 주차요금이 올랐다고 해서 차를 놓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주말이면 예전(요금 인상 이전)이나 지금이나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똑같이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또 식당을 이용하면 감면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요금을 모두 받는 것도 논란거리다. 결국 주차요금이 부담되면 식당을 이용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산성에서 만난 김모(34)씨는 “요금이 선불이다 보니 3,000원을 냈는데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 40분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되돌려 받을 수 도 없다”며 “더욱이 주말에는 5,000원이라니 너무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차요금 감면 받으려면 식당을 이용하라는 것인데 이럴 바엔 차라리 안 오겠다”며 기막혀 했다.
이에 대해 남한산성 센터 측 관계자는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고도 카카오톡 친구 맺기, 한복 입은 관광객, 군인, 친환경 자동차 이용객 등에 대해서도 50% 할인해 준다”며 “요금이 과도하게 오른 게 아니라 타 지역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했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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