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새 내각의 중심인 이 사람에게 집착 중이다. 그의 이름은 매일 신문에 오르내린다. 그는 지난 3년간 표류해 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10월 31일까지 달성하기 위해 깨어 있는 매 순간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CNN 방송이 장황하게 설명한 이 사람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닌 그의 수석 보좌관 도미니크 커밍스(47)다. 연일 존슨 총리가 EU와 합의 없는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영미권 언론은 앞다퉈 커밍스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커밍스는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에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돼 막후 실세로 떠올랐다”며 그를 ‘존슨의 브렉시트 추진 뒤에 숨은 그림자 전략가’로 소개한 기사를 게재했다.
커밍스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파 운동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를 이끌었던 선거전문가다. 그는 ‘통제권을 되찾아 오자(Take back control)’와 같은 단순 명료한 구호로 유권자를 자극했다. 또 “브렉시트로 영국이 매주 브뤼셀에 보내는 EU 분담금 3억5,000만파운드를 되찾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투자하자”는 주장을 빨간 버스에 내걸고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는 후에 거짓 정보로 밝혀졌다.
더럼(Durham) 출신으로 옥스퍼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9년부터 3년간 영국 파운드화를 지키자는 반유로화 캠페인의 책임자로 일했다. 이언 덩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와 마이클 고브 현 국무조정실장 등의 보좌관을 거쳤다. 직설적인 언사와 과격한 주장으로 주류 정치인의 외면을 받기도 한 그는 지난달 청바지와 흰 셔츠 차림으로 총리 관저에 처음 출근해 눈길을 끌었다. 고브가 교육부장관이던 시절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고브의 브레인이던 그를 가리켜 “커리어 사이코패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올해 초 영국 지상파 채널4가 방영한 TV드라마 ‘브렉시트:언시빌워’의 주인공도 커밍스다. 드라마 ‘셜록’으로 한국에도 친숙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커밍스를 연기해 화제가 됐다.
커밍스의 자문에 힘입은 존슨 총리의 노 딜 강행 의지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영국 야권은 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의 주재로 27일(현지시간) 모인 주요 야당 대표들은 “법안 통과, 정부 불신임안 등을 포함해 노 딜을 방지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안을 찾는데 긴급히 나서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이튿날 의회의 반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의회 정회’ 뜻을 밝히며 10월 31일 어떤 일이 있더라도 EU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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