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분쟁을 금리 인하로 도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옛 연준 3인자’로부터 나왔다. 트럼프의 지속적인 연준 흔들기에 연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공개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최대한 경제 외 사안에 말을 아끼며 중립ㆍ독립성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연준의 오랜 전통마저 덩달아 흔들리는 모양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7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에 실린 기고문에서 “중앙은행이 무역정책에서 잘못된 선택을 계속하는 행정부를 구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둔화 신호에 대응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믿고 무역분쟁을 더 키울 것이므로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연준 위원은 자신의 결정이 2020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 내 3인자’로 불리는 뉴욕 연은 총재로 재직한 바 있다. 현직은 아니지만 미국 통화정책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쳤던 인사의 발언이기에 파급은 컸다. 민주당 진영에서조차 “트럼프 측에 역공 빌미를 제공했다”며 더들리 전 총재를 비판했다. 연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엔 이 같은 연준 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스탠리 피셔 전 연준 부의장은 지난 24일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국제경제 전망에 핵심 문제”라고 언급했다. 앞서 폴 볼커ㆍ앨런 그린스펀ㆍ벤 버냉키ㆍ재닛 옐런 등 전 연준의장 4명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동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24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통화정책이 국제무역에 ‘규정집’을 제공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우회 비판했다는 분석을 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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