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표팀 허훈이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농구대회 앙골라전에서 점프슛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남자 농구 대표팀의 막내 허훈(24ㆍ180㎝)은 요즘 좋은 슛 컨디션을 빗대 “(손이) 뜨겁다”고 했다. 실제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을 앞두고 옥석을 가리기 위한 윌리엄 존스컵 국제대회에서 7경기 동안 평균 23분 출전에 11점 4.4어시스트를 올리며 대표팀 가드진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월드컵 출전 팀들이 출격한 4개국 초청 국제대회에선 존스컵과 차원이 다른 상대를 만나 많은 슛을 던지지 못했지만 직접 부딪쳐보면서 보완할 점을 깨달았다.

27일 4개국 초청대회 앙골라와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본보와 만난 허훈은 “여전히 슛 감각은 좋다”며 “그런데 상대 선수들이 너무 커서 슛 찬스가 안 나더라”고 웃었다. 이어 “월드컵에 가기 전 수준 높은 선수들과 세 경기를 뛰면서 삐걱거린 점도 있었지만 얻은 게 더 많다”며 “평소보다 슛을 더 뒤에서 던지거나, 쏘는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훈에게 이번 태극마크는 특별하다. 허훈은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최고 가드라는 평가 속에 2017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부산 KT에 입단했지만 성인 대표팀에서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신장이 큰 선수가 주축을 이루는 국제 무대에서 단신 가드 허훈은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아버지 허재 감독이 두 아들 허웅(DB)-허훈 형제를 동시에 선발하면서 ‘혈연 농구’ 논란에 휩싸였고, 성적 역시 기대를 밑도는 동메달 획득에 그쳐 비난의 중심에 섰다.

농구대표팀 허훈. 인천=뉴시스

시련 후 허훈은 더욱 단단해졌다. 1년 만에 실력으로 극복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두꺼웠다. 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허훈을 두고 “히트 쳤다”며 칭찬했고, 조상현 대표팀 코치는 “앞으로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허훈은 “좋은 계기로 대표팀에 다시 뽑혔는데, 나를 향한 안 좋은 여론은 스스로 풀어가야 한다”며 “월드컵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도 다시 좋아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답했다.

최근 방송프로그램에서 ‘예능 샛별’로 떠오른 아버지 덕분에 허훈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커졌다. 허재 전 감독이 방송에 출연할 때 두 아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종종 얘기하기 때문이다. 허훈은 “감독 생활을 오래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스트레스도 안 받고, 사람도 많이 만난다”며 “운동(축구)을 해야 하니까 약주도 덜 하신다”고 웃었다. 또한 “아버지가 방송에서 형과 내 얘기를 하면 농구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수 있고, 인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25년 만의 월드컵 1승에 도전하는 대표팀의 목표에 대해 그는 “모든 걸 쏟아 부어 죽기살기로 1승을 노리겠다”면서 “한국 농구는 전통적으로 슛이 좋아야 경쟁력이 살아난다. 대회까지 슛 감각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은 29일 결전지 중국으로 출국해 31일 아르헨티나, 9월 2일 러시아, 4일 나이지리아와 조별 예선을 치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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