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기업대출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도소매업, 부동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아닌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이 늘어나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한은)이 28일 발표한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 잔액은 1,163조 1,000억 원으로, 2분기 석 달 새(4~6월) 22조 2,000억 원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24조 3,000억 원)와 더불어 2008년 3분기 이래 가장 많은 증가액이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7.4%)로는 2009년 2분기(9.6%) 이래 10년 만에 최고치이다.
기업대출 증가액의 70% 이상은 서비스업(+16조 2,000억 원)에서 늘었다. 서비스업 대출 증가율 역시 10년 만에 가장 높은 9.6%를 기록, 제조업(3.8%)이나 건설업(2.9%)을 크게 앞질렀다. 부문별로 보면 부동산업(+6조 9,000억 원), 도소매업(+6조 원), 숙박·음식업점(+1조 8,000억 원) 순으로 대출 증가 폭이 컸다. 특히 도소매업(+12.6%)의 대출 증가율은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도소매 및 숙박ㆍ음식업은 신설 법인 증가에 비례해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2분기에 새로 생긴 법인 수는 6,342개로 1분기(5,980개) 대비 6%가량 증가했다.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로 증가세가 둔화됐던 부동산업 대출은 비거주용 건물 임대업 대출이 늘어나며 증가액이 1분기(+3조 5,000억 원)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은행권과 제2금융권 모두 기업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기업대출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기업대출 증가 추세엔 이상신호도 감지된다. 기계ㆍ건물 등 설비투자에 쓰이는 시설자금 대신, 창업자금이나 인건비 등 일상적 운영비로 소요되는 운전자금 위주로 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2분기 운전자금 대출 증가액은 15조 3,000억 원으로 전 분기(+11조 8,000억 원)보다 3조 5,000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1%에서 68.9%로 급등했다. 반면 시설자금 대출은 지난해 3분기 10조 1,000억 원에서 지난 2분기 6조 9,000억 원으로 넉 달째 증가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기업대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시설자금이 점했던 그간의 흐름과 판이하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도소매, 숙박ㆍ음식업 대출 증가와 맞물려, 기업대출이 생산력 확충보다는 영세사업자 연명에 대거 투입되고 있다는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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