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입장에서 금융사는 누구나 취업하고 싶어하는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결국엔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듯, 금융권에도 일자리 바람이 불어오길 바랍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재임 중 ‘마지막 행보’는 금융권을 향한 일자리 창출 호소였다.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 중 하나로 이르면 이번 주 퇴임하게 될 최 위원장은 2년여 임기 동안 금융 혁신, 가계부채 관리 등의 중책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향인 강원 지역 출마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어 그의 37년 공직 생활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최 위원장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권의 역할을 당부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 박람회는 60개 금융기관이 한데 모여 구직자를 상대로 채용 상담과 면접을 실시하는 금융권 일자리 관련 최대 행사다. 최 위원장은 2017년 7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열린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박람회장을 찾았다.
최 위원장은 축사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90년생이 온다’의 내용을 인용하며 “혹자는 청년들 앞에 ‘에스컬레이터 대신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난간 없는 유리계단이 놓여있다’고 하는데, 고도성장기를 거쳐 온 선배이자 한 사람의 부모로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사 신규 허가와 규제 혁신을 추진하는 한편 마이데이터 산업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해 금융의 고용창출 여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최 위원장이 예정해둔 마지막 외부 일정으로, 자연스럽게 금융권 인사들을 상대로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가 됐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최 위원장께서 2년 동안 임기를 성공리에 마치셨다”며 청중의 박수를 유도했고, 최 위원장은 “은행장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여러 번 드렸는데 이 자리에서 확실히 인사드리겠다”며 화답했다. 행사장을 떠나며 내빈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최 위원장은 취재진의 현안 질문엔 “후임자에게 물어보라”고만 답했다. 후임자로 지명된 은성수 후보자가 오는 29일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면 최 위원장은 야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최 위원장의 공적으론 가계부채 관리가 첫손에 꼽힌다. 1,56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급증의 핵심 고리인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전 금융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한 결과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인 5%에 머물고 있다. ‘핀테크위원장’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핀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혁신 금융을 육성하는데도 앞장섰다. 금융위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모두 37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탄생시켜 주관 부처 중 가장 많은 실적을 내고 있다.
최 위원장은 임기 중 소관 업무와 무관한 ‘소신 발언’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포용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공유차량 서비스 등장으로 생계의 위협에 처한 택시 기사들을 감싸며 이재웅 쏘카 대표와 설전을 벌인 일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계기로 최 위원장의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나 본인은 현재까지 “출마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