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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트럼프, 꼿꼿한 시진핑… 무역협상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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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트럼프, 꼿꼿한 시진핑… 무역협상 신경전

입력
2019.08.27 16:45
수정
2019.08.27 22:5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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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그림 1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3일 기습 관세 폭탄으로 일격을 주고받은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고위급 전화 통화를 둘러싼 진실게임으로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며 판을 흔들려 하자 중국은 항전 의지와 합리적 타결을 강조하는 원칙으로 맞섰다. 양측이 일찌감치 합의한 내달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사활을 건 막판 기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고위급에서 전화 통화를 나눴다”라며 “그들(중국)이 몹시 합의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이집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직전에는 “중국이 어젯밤 우리 고위급 협상단에 전화를 걸어 다시 논의 테이블로 돌아가자고 했다”면서 “합의가 이뤄질 것 같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과 통화를 했고 협상에 뭔가 진전이 있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전화 통화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내가 알기로는 미중이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27일 브리핑에서도 “미국 측이 밝힌 주말 상황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없다”고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대변하는 후시진(胡錫進) 관영 글로벌타임스 편집장도 이날 트위터에 “실무단계에서 미중이 상호 연락을 하고 있지만 무역협상 고위급 대표들이 최근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반격 의지를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전의를 다졌다. 인민일보는 27일 “미국은 자신들의 공격에 중국이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라며 “우리는 어떠한 도발에도 반드시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이성적 태도로 자제하면서 중요한 원칙에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24일 ‘적’으로, 26일에는 ‘위대한 지도자’로 칭하며 오락가락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진지를 구축해 핵심 이익을 지키는 선에서 미국과 붙어 보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앞서 23일 750억달러 수입품에 5~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산 자동차에도 25% 관세를 매기는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5,500억달러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기존보다 5%포인트 더 올리겠다고 맞서면서 기세가 약간 꺾인 모양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중국의 반발을 놓고 배짱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허세’ 전략이 헛발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부총리가 합의 성사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라며 중국 측의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미국과 대화를 통해 무역분쟁을 평온하게 해결하길 원한다”는 류허(劉鶴) 부총리의 전날 발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27일 “중국의 기존 입장을 읊은 것에 불과한 데다 지난 5월 초안을 교환한 이후 미국과 협상에 뚜렷한 진전도 없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류 부총리를 시 주석 다음 서열의 부주석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상황을 오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중 양측이 동상이몽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방향을 틀면서 정면충돌 우려는 가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7 회의 마지막 날 트럼프의 유화적 발언이 나왔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는 “무역전쟁의 열기가 일단은 식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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