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 대해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 남용 책임이 있다며 5억7,200만달러(약 6,932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평균 미국인 130명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숨진다. 이번 판결은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제약사의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오는 10월 시작될 연방정부 차원의 대규모 소송을 비롯해 2,000여건의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오클라호마주(州) 클리블랜드 카운티 법원의 사드 보크먼 판사는 존슨앤드존슨이 오피오이드의 잠재적 중독성을 축소하는 기만적인 광고 등을 통해 이 지역에서 발생한 ‘오피오이드 위기’를 부채질한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보크먼 판사는 배상금이 오피오이드 중독환자 치료와 재활 등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액수는 당초 주 정부가 청구한 175억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오피오이드 투여 남발로 인한 전국적인 과다 복용 사망과 중독에 대해 처음으로 유죄를 선언한 기념비적 판결”이라고 전했다. CDC는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한다. 오클라호마주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 주정부 소송 서류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과다 복용으로 숨진 주민 수가 약 6,000명에 달했다.
오클라호마주의 마이크 헌터 법무장관은 앞서 2017년 존슨앤드존슨, 퍼듀, 테바 등 3대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이 오피오이드의 위험성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의사들을 설득해 경미한 통증에도 이 약을 처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퍼듀와 테바는 소송에 앞서 각각 2억7,000만달러, 8,500만달러의 합의금을 물어 소송을 종결했다. 한편 존슨앤드존슨 측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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