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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이 남긴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낭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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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이 남긴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낭독하다

입력
2019.08.27 18:00
수정
2019.08.28 15:5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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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고 김진영. 이해수ㆍ한겨레출판 제공
철학자 고 김진영. 이해수ㆍ한겨레출판 제공

“마음껏 운다는 건 마음껏 사랑한다는 것이다. 생 안에는 모든 것들이 충만하다. 눈물도 가득하고 사랑도 가득하다. 왜 생 안에 가득한 축복과 자유들을 다 쓰지 못했던가.”

지난 22일 저녁.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방오늘’에 모인 서른 명 남짓의 독자들이 뮤지션 시와가 낭독하는 문장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이날 낭독회는 지난해 8월 타계한 철학자 고 김진영(1952~2018)의 ‘아침의 피아노’를 시와의 음악과 함께 읽는 ‘음악 낭독회’로 꾸려졌다. 시와의 낭독이 끝나고 독자들도 제각기 돌아가면서 ‘아침의 피아노’의 구절을 낭독했다. 낭독회 마지막에는 고인이 강의하던 당시의 육성을 다시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사랑의 고통을 속이지 않는 사랑의 주체’를 이야기하는 곧은 목소리가 책방 안에 살아 숨쉬듯 재생됐다.

어떤 사람은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다. 단, 그가 생전 충실하게 사유하고 성실하게 기록한 사람이었다면 다행히도 그의 문장이 남는다. 철학아카데미를 비롯해 여러 인문학 기관과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신문과 잡지 등 지면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던 철학자 김진영. 그러나 2017년 암 선고를 받은 뒤 1년만인 지난해 8월 예순 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22일 책방오늘에서 열린 음악 낭독회에서 뮤지션 시와가 철학자인 고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낭독하고 있다. 최용석ㆍ책방오늘 제공
22일 책방오늘에서 열린 음악 낭독회에서 뮤지션 시와가 철학자인 고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낭독하고 있다. 최용석ㆍ책방오늘 제공

‘아침의 피아노’는 고인이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일기와, 평생 쌓은 미학과 철학에 대한 성찰을 모은 엮은 유고 산문집이다. 임종 두 달 후 출간된 책은 죽음 앞에 선 철학자가 쓴 깊이 있고도 기품 있는 아포리즘이라는 입 소문을 타며 현재까지 3만부가 팔렸다.

타계 1주기를 맞은 올해도 또 다른 유고집이 잇달아 출간되며 ‘아침의 피아노’의 감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침의 피아노’를 출간한 한겨레출판은 최근 두 번째 산문집인 ‘이별의 푸가’를 펴냈다. ‘아침의 피아노’가 삶의 끝에서 바라본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면, ‘이별의 푸가’는 이별의 아픔과 부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사 메멘토는 고인이 가장 정력적으로 문학을 강의하던 2010년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전복적 소설 읽기: 소설을 읽는 8개의 키워드’ 강의를 녹취, 정리한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카프카의 ‘변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등 여덟 편의 작품을 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 여덟 가지 키워드로 다루고 있다.

고 김진영의 유고 산문집 ‘이별의 푸가’, ‘아침의 피아노’와 강의록 ‘전복적 소설읽기’
고 김진영의 유고 산문집 ‘이별의 푸가’, ‘아침의 피아노’와 강의록 ‘전복적 소설읽기’

이처럼 고인 사후에 계속되는 ‘김진영 다시 읽기’ 바람은 고인의 문장이 가진 특유의 고요하고도 단단한 ‘힘’에 있다고 출판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침의 피아노’와 ‘이별의 푸가’를 편집한 김준섭 한겨레출판 문학팀장은 “김진영 선생의 글은 죽음을 호주머니에서 꺼내면서도 삶을 말하고, 이별을 떠나 보내면서도 사랑을 껴안는 용기가 가득한 글”이라고 표현했다. 낭독회를 기획한 책방오늘의 이세연 매니저는 “고인의 글은 읽는 사람에게 어떤 힘을 전달해주는데, 휘두르는 형태로 발휘되는 힘이 아닌 고요하게 내면에 흐르는 힘을 주는 글이라서 독자들이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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