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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권마다 오락가락 정책... “산업별 지원 순위 필요”

입력
2019.08.29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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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주권, 기술 독립을 향하여] 

 전문가 “인센티브ㆍ환경 규제 완화… 국산 소재 의무사용 등 도입해야” 

소재ㆍ부품 상위10개국 수출 규모. 그래픽=강준구 기자
소재ㆍ부품 상위10개국 수출 규모.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난해(2014년) 소재ㆍ부품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인 1,079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 2015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국내 소재ㆍ부품 무역흑자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자축했다. 이어 “조립 산업에서 소재ㆍ부품 산업으로 우리 경제 체질이 개선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국내 소재ㆍ부품 산업은 날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39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2001년(27억 달러)과 비교하면 불과 17년 만에 흑자 규모가 51.5배나 뛰었다.

2013년 발표한 제3차 소재ㆍ부품발전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이렇게 자신했다. “2020년이면 일본을 제치고 미국, 독일, 중국에 이어 소재ㆍ부품 산업 수출액 세계 4위 국가가 될 수 있다.” 2020년까지 소재ㆍ부품 수출 규모를 6,500억 달러까지 키워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출액은 3,162억 달러(세계 6위)에 그쳐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규모도 여전히 일본보다 작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내 소재ㆍ부품 산업은 특수기술이 필요한 소재보다는 쉽게 만들 수 있는 범용소재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급성장에 기댄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엔 후발주자인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어 위기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주요 11개 소재ㆍ부품 분야 중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진 국내 업종은 2010년 7개에서 2017년 4개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8개에서 9개로 늘었다. 최 교수는 “범용소재는 쉽게 따라 잡힐 수밖에 없어 출구전략이 필요한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당시 유행 트렌드를 대거 반영해 정책을 새로 짜다 보니 소재ㆍ부품 산업을 경쟁력 있게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3년 200대 시장선도형 소재ㆍ부품 연구개발(R&D) 전략을 발표했던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바람이 한참 불던 2016년엔 이와 관련한 내용을 대거 담은 제4차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을 내놨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소재ㆍ부품 기술 50개와 주력산업 고도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50개를 2025년까지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경제전쟁 긴장감이 최고조에 올랐던 이달 초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ㆍ부품ㆍ장비 100개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산업 트렌드를 정책에 반영하는 건 필요하지만 정도가 과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재ㆍ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과 이를 소비하는 대기업 간의 협력 부재, 전문기술인력과 기술개발 투자 부족 등 국내 소재ㆍ부품 산업에 대한 진단은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대책이 나와도 매번 엇비슷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정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소재ㆍ부품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환경규제 완화, 조세 특례를 위해서라도 각 부처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본부장은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우선 산업별 지원 순위를 정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키워 소재ㆍ부품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당 소재를 쓸 수요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하거나, 국산 핵심소재를 일정 부분 의무 사용하도록 하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소재ㆍ부품 산업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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