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신분으로 학회 발표에 제3저자 특혜’ 의혹 반박
“학회 발표 요약정보 담은 것…보조인력에 불과했다” 설명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국제학술대회 발표초록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영어 발표를 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을 지도한 교수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씨는 한영외고 재학 시절인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단기 고교생 인턴십 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조류학회에 발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주대 A 교수는 27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전화 인터뷰에서 “일단 논문이 아니고 간단한 요약정보와 발표자들만 있는 초록인데, 학회 발표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내용을 간단히 이해할 정도로만 적어놓는다”며 “어떤 주제로 얘기한다, 데이터가 어떻다 정도고 그나마도 4분의 1쪽짜리인데 (조씨가) 거기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씨가 학회에서 영어로 요약발표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발표 초록에 오른 4명 중 2~3번째 발표자들은 자료 만드는 걸 도왔다거나, 영어 번역에 도움을 줬다거나, 주 발표자가 발표하다 자리를 비우면 포스터 앞에 서 있는 것”이라며 “학생 발표는 구두 발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대체자로 가서 서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A교수는 “고등학생이 큰 학교에서 사람들을 많이 보면 자극이 될 거라 생각했을 뿐이고 무슨 크레딧이 된다고도 생각을 안 했다”며 “그걸 보고 뽑아준 대학이 어디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를 논문이 아닌 초록에 제 3저자가 아닌 3번째 발표자로 이름을 올렸고 학회에서는 보조인력으로 참여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고등학생의 대학 학술대회 참가 자체가 특혜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고등학생이 학회 활동에 참여해보라고 만든 것”이라며 “애들이 와서 일을 하고 성실성이 입증되면 학회를 데리고 가되 각자 경비로 따라오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이게 어떻게 특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원자 자체가 1년에 1명 있을까 했고, 아예 지원자가 없는 해도 많았다”며 “(인턴십 기간을) 6개월씩 잡는 이유가 시간될 때 주말에 한 번씩 편하게 오라는 거였고 올 때마다 숙제를 내주는데, 간혹 ‘실험실에서 일도 좀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오기 전에 이메일이나 전화하고 안 오는 학생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A교수는 ‘조씨의 모친과 대학동기여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문과 관련해선 “대학 동기고 1학년 때 (같이) 서클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아마추어 천문학회가 무슨 ‘금수저의 전당’이라 (보도가) 나와 황당했다”며 “(지난 37년 사이에 서로 연락도) 없었고 딸이 생물을 공부 한다니까 그 친구가 검색해보다 내가 교수라고 떴을 것”이라 해명했다.
이어 “학회가 일주일인데 (조씨는) 우리랑 같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학회 중에는 여러 사람 만나야 하고 굉장히 바쁜데 누가 고등학생을 공항에 가서 데려오느냐”며 “(조씨에게는) ‘네가 보호자를 데리고 와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고 학회장에 나타났을 때 누구랑 온 줄도 잘 몰랐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왜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무 일이 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며 “매일 협박 이메일이 오고 집 전화, 휴대전화는 5초마다 울리니 어떤 전화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자가 윤리위에 소집돼 끌려간다는 건 사형선고에 가까운 것”이라며 “시간이 흘러 모든 게 밝혀진대도 누가 관심이나 갖겠나. 남의 고통이나 희생을 어떤 정의를 위해서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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