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중재하에 트럼프ㆍ로하니 “만날 용의 있다”… 성사 땐 1980년 이후 첫 정상회담
미국과 이란의 역사적 정상회담 가능성이 국제적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갈등 해결을 위해 만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존폐 기로에 놓인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계획)를 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가진 G7 폐막 기자회견에서 핵합의 위기 해결을 위한 미ㆍ이란 간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수 주 안에 회동이 성사되길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도 통화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받아들이면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나의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약에 상황이 옳다면 나는 분명히 동의할 것”이라며 수 주 내에 이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로하니 대통령에 대해선 “난 그 신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훌륭한 협상가라는 점”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고는 “그가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이란이 현재 상황을 바로잡고 싶어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국영TV 방송 연설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국가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도구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회의에 참석하거나 누군가와 회담하는 일이 나라를 돕고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면, 그렇게 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건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만약 미ㆍ이란 정상회담이 실제로 성사되면 1980년 양국의 국교단절 이후 두 나라 간 첫 정상 회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ㆍ이란의 두 지도자가 다음달 17일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만날 수 있다”면서 양국 정상의 회동이 이뤄지면 중동 지역에서 불거진 전쟁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이란의 통치 체제에선 국민 직선제로 뽑히는 대통령이 최고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하메네이의 승인을 얻어야만 로하니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장에 들어설 수 있다. 다만 하메네이가 그동안 미ㆍ이란 간 협상에 매우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걸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미ㆍ이란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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