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워 게임’ 화 나 있어” 미사일 발사 두둔… 수차례 비용 언급,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 표현하며 한미훈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재차 드러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두둔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어서 북한 달래기 성격이 담겨 있는 동시에, 미국이 동맹 방어에 비용을 많이 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질적인 불만도 반영된 것이다. 비용을 이유로 한미 훈련을 깎아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계속되면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과 함께 한미 동맹의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걱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행복하지 않지만 그(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가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면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문제될 게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한국이 ‘워 게임’을 하는 데 화가 나 있다”면서 “나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미훈련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필요하다고 해 ‘축소 수정된 형태(modified version)’로 훈련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하지만 나는 완전히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축소된 형태의 훈련에 대해서도 “솔직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대북 외교 성과를 방어하는 동시에 북한을 달래서 협상 판을 이어 나가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다”고 말한 아베 총리와의 이견을 공개적으로 노출하는 것을 불사하면서까지 북한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재차 거론하며 “김정은이 결국엔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 타결에 기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을 공개한 지난 10일에도 한미 훈련을 “터무니 없고 돈이 많이 든다”고 표현하며 북한의 불만에 동조하면서 협상 재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한미훈련을 비용 잣대로만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지나친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미 훈련을 ‘돈이 많이 드는 불필요한 일’로 취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훈련을 중단키로 한 뒤,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들어오는 날부터 싫어했다”거나 “워 게임을 통해 6개월마다 사방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비용이 든다. 그것은 미친 짓”이라는 표현까지 쓴 바 있다. 그는 지난 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연합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분담금 증액 요구와 맞닿은 대목이다. 한미 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을 한국이 모두 부담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키로 한 데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부글거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질적 불만까지 겹쳐 한국에 대한 방위비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입장 정도만 피력했으나 트럼프 정부의 불만 표출은 계속되고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데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며 “이것은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무관심하게 반응한 지소미아 종결에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재차 트윗을 통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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