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 기저효과(비교 시점의 특이현상에 따른 증감률 확대)로 투자이익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착시 효과’가 없진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핵심 영역인 보험영업 부문의 손실 확대가 실적을 악화시키는 형국이다. 생보업계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보험영업 부진을 만회할 투자이익 확보 또한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보사의 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3조1,487억원)보다 1조204억원, 비율로는 32.4% 감소했다.
수치상으로는 급락이지만, 내용을 따져 보면 투자영업이익 부분에서 일시적인 요소의 작용이 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투자영업이익은 12조3,2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73억원 감소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 1조897억원의 이익을 본 것이 감소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일시적 성격의 이 수익을 제외하면 올해 투자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4,224억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보험영업 부분에선 저축성보험 상품의 만기 도래에 따른 지급 보험금 증가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4,540억원 늘어난 11조8,260억원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는 생보사들이 보험영업상 손실을 투자이익으로 만회한 셈이다.
생보업계는 최근 들어 수입보험료의 꾸준한 감소로 영업손실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생보사의 초회보험료 수입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수입보험료가 1% 감소한 것에 비해 초회보험료는 무려 10.2% 줄었다.
또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는데, 보장성 보험료 수입의 증가가 저축성 보험료 수입 감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보장성 수입보험료가 8,141억원 늘어난 반면 저축성 수입보험료는 8,198억원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17년부터 보험사 방침으로 저축성보험 비중은 줄고 보장성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당장의 수입보험료로 따지면 저축성에 비해 보장성이 저렴하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시중금리 하락세가 하반기부터 생보사에 본격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당장은 저금리로 인해 생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평가이익이 늘면서 보험사의 가용자본이 증가했고 재무건전성 지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금리가 낮으면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되고, 자산 운용을 통해 영업손실을 만회할 여지도 줄어들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로 인한 부담이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국내외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저금리 추세가 지속될 경우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부담 이율이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률보다 높아지는 ‘역마진’ 현상이 심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