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英 보리스마저 “평화무역 선호”
트럼프와 6개국 정상, 주요 현안마다 충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등 주요 7개국(G7)정상들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회의를 시작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아리츠=AP 뉴시스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치광이 전략’으로 다시 한번 중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다만, 주요 우방국들의 지원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에 각국의 이의 제기가 잇따르면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는 3일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대중 무역전쟁에 대한 모순된 입장을 내놓으며 혼란을 자초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방침에 재고의 여지가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나는 모든 사안을 재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 세계가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대중 맞불 관세 기조’와 반대되는 발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노선 완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잇달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명의 기자로부터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받고 동일한 대답을 했다. 논란의 발언을 단순 ‘실언’으로 치부하지 않았던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더 올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에 대해 변함없이 단호하다”고 수습했다. 그러나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진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시 중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발언 수위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전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유럽국가 정상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특히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며 친분을 과시해온 존슨 영국 총리마저 미국의 관세전쟁 비판에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경제 성과를 칭찬하며 운을 뗀 그는 “영국은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무역을 선호하고 가능한 긴장을 완화하려 한다”며 “우리는 전반적으로 관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외 현안에서도 다른 정상들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G6 정상들은 회의장과 만찬장을 오가며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유지를 설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내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대로 정상회의장을 깜짝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끝내 미국 정부 당국자와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갔다.

반대로 러시아를 G8에 복귀시키는 문제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만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및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협조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나머지 정상들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에 러시아를 복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홀로 고립돼있었다”고 총평했다.

매년 발표되던 형식의 공동선언문은 아니었지만 주최국 프랑스는 26일 폐막 직후 짤막한 성명을 통해 G7 정상들이 무역과 이란, 리비아, 우크라이나, 홍콩 문제 등과 관련해 공감대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고 곧 성사되길 희망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건이 올바르게 조성되면 만나겠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는 정말 성공적이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큰 일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