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김지영 허스토리’ 공동제작
내년 3월 MBCㆍUHB 방영 예정
“함께 세상의 변화 이끌어가길”
115, 103, 110.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 세계 성 격차 지수’다. 순서대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순위다. 전세계 149개국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분야 등에서 남녀의 상대적 격차를 비교한 결과, 한중일 모두 하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한중일 간 공통점은 또 있다. 책 ‘82년생 김지영’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이 책은 지난해 11월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하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일본에서도 해외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13만부가 팔렸고 중국에선 올해 4월 출간하기도 전 초판 3만부가 예약됐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82년생 김지영’의 열풍이 한일 양국 갈등의 틈까지 비집고 들어왔다. 이 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어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작에 나선 것이다. 한중일 여성이 육아와 취업, 직장 등에서 겪는 성차별을 다룬 3부작 ‘김지영 허 스토리’(가제)가 그것이다. 국내 독립제작사 타임앤미디어가 일본의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주식회사 A와 손잡고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내년 3월 MBC와 일본 홋카이도문화방송(UHB)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작을 지원하고, 영국 대형 배급사를 통해 다른 국가에도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일이 공동으로 여성인권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야시 겐지 주식회사 A 대표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참석 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본 다큐멘터리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촬영하는데 비해, 한국은 이들을 따뜻하게 비춘다”며 “각자 시선으로 담은 아시아 3국의 성차별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에 나선 배경의 하나로 일본 내의 성차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미투 운동의 바람이 불면서 페미니즘에 눈뜬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미투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2017년 프리랜서 기자인 이토 시오리가 성폭력 피해를 밝혔지만, 되레 비난을 받은 게 그 한 예다. 페미니즘에 대한 일본 내 반발도 극심하다. 하야시 대표는 “일본의 여성이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면 밖으로 드러나진 않는다”며 “다큐멘터리로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지영 허 스토리’가 인권 다큐멘터리로서 세상의 변화를 도모하길 제작진은 소망했다. 한국 제작을 담당하는 이동기 타임앤미디어 대표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남녀가 웃으며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가져오고 싶다”고 밝혔다. 하야시 대표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아시아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남성이 무의식 중에 저지른 잘못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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