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을 앞둔 시 산하 출연기관 광주복지재단의 간부 직원을 쫓아내려고 안달이 났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전남지노위)의 판정으로 광주복지재단 이사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이 ‘부당해고 사용자’라는 오명을 안았는데도, 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직원에게 “복직을 해도 근무할 수 없다”며 퇴직을 압박하고 있다. 시의 이런 행태를 두고 “이심(李心ㆍ이 시장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시 등에 따르면 전남지노위는 최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본부장으로 일했던 임기제 계약직 근로자 A씨가 이 시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사건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고 판정서를 양측에 송달했다. 전남지노위은 판정서에서 “이 시장이 공유재산인 복지관 지하 1층 매점 불법 전대(轉貸)와 관련해 A씨가 관리를 부적정하게 한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A씨를 징계해고 처분했다”고 밝혔다. 전남지노위는 이어 “이 시장은 A씨에 대한 징계 과정 전반에 걸쳐 (불법 전대 및 매점 관리ㆍ운영 부적정을) 증거자료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진술하면서도 A씨에게 불법 전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며 징계해고 처분했다”며 “이는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에 대한 징계 사유에 대해선 사용자인 이 시장이 입증해야 하는데도, 어처구니 없이 이를 A씨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특히 이 사건 심문회의에서 광주시감사위원회에 책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시장은 심문과정에서 대리인(노무사)을 통해 “감사위원회가 결정한 문책요구서에 따라 징계했을 뿐 이 시장이 불법 전대와 관련해 입증 자료에 근거해 (A씨를)징계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5월 “광주시감사위원회가 이 시장 쪽 사람을 앉히기 위해 매점이 불법 전대됐다고 몰아가며 관리 책임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고 복지재단 측에 계약해지(해고)를 하도록 했다”며 전남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A씨는 이 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만인 지난해 8월부터 윤영렬 광주시감사위원장과 광주시 고위 간부 등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은 터였다.
전남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이 시장은 판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A씨를 원래 자리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미지급한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 반면 지노위 판정에 불복한다면 판정서를 송달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재단 지도ㆍ감독 기관인 시는 전남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 직후부터 A씨에게 복직 후 퇴직할 것을 종용했다. 시는 지난달 말 A씨에게 서류상 복직과 함께 성대한 퇴임식을 열어주겠다며 사직을 권고했다. 당시는 복지재단이 A씨를 해직하면서 공석이 된 본부장 자리에 이미 신임 본부장을 임명하면서 ‘한 지붕 두 본부장’이 될 처지에 놓인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시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시는 A씨에게 “복직해서 2~3일정도 주변 정리를 한 뒤 그만 두라”고 수 차례 사직을 요구했다. 실제 시 간부 B씨는 A씨에게 “현실적으로 (본부장 자리로) 복귀해도 근무할 수 없고, (일 없이) 대기(발령)하게 될 것”이라며 “복직 후 바로 퇴직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종용했다. B씨는 A씨가 제안을 거절하자 “(복직한)이후 복지재단에서 어떻게 할지 알고 계실 거 아니냐. 퇴직을 결정하는 게 현명하고 지혜로운 일일 것 같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19일 전남지노위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이후 지금껏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는데, 시는 계속해서 그만 두라고만 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까지 무시하고 퇴직을 압박하는 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 시장의 고용 정책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지재단이 이번 사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계획안을 가져오면 그걸 보고 나서 어떻게 할지 판단하겠다”며 “다만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의 방침이 세워져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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