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먹는 샘물) 시장 성장이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 5,476억원이던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8,315억원으로 확대됐다. 유통업계는 2020년에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시장 확대에 따라 200여개 생수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한편에선 가격과 품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허가 받은 전국 생수 제조업체는 61곳, 수입업체는 84곳이다. 한 업체가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브랜드 수는 2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로 먹는 물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데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생수 용량 다변화, 온라인 배송 활성화 등도 물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생수 제품이 급격히 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같은 지역에서 생산됐는데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기 포천시에는 생수 제조시설이 총 7군데 있는데, 이들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은 브랜드에 따라 가격(2ℓ 기준)이 300~700원으로 다양하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취수 장소가 여러 곳이기 때문에 성분 함량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해당 업체들은 설명하지만, 제품 가격이 2배 넘게 차이 날만큼 의미 있는 수준인지 소비자들은 판단하기 어렵다. 동일한 브랜드 제품도 대형마트, 동네 슈퍼마켓, 편의점 등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러 온라인 유통업체가 자체 브랜드(PB) 생수 제품도 내놓고 있다. 제품 생산은 생수 제조업체에 맡기고, 기획이나 판매를 직접 맡는 방식이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은 PB 생수 생산을 여러 제조업체에 의뢰한 다음 주문한 고객들에게는 무작위로 배송하기도 한다. 제조업체마다 수원지가 달라 소비자로선 어느 수원지에서 나온 생수를 마시게 될지 제품을 받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개별 수원지 모두 품질 심사를 받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게 쇼핑몰 측의 설명이지만, 수원지를 깐깐하게 따져 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로선 달갑지 않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의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가격은 업체별 생산 물량이나 유통 구조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게 주무 부처인 환경부 입장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생수 페트병에 수원지를 제품명 글자의 절반 크기 이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특정 수원지의 생수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수원지 표기 문구를 꼭 확인하고, 구매 과정에서도 업체에 명확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B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생수 시장은 가격과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경쟁이 과열되는 만큼 품질 관리 수준이 높아지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5월 경기 화성시에서 유통기한이 두 달 가량 남은, 개봉하지 않은 생수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소비자가 신고한 사례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업체들이 수원지나 품질 관리보다는 가격 경쟁이나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부는 생수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지난해 제조시설 정기점검 횟수를 기존의 2배인 연 4회로 확대하는 행정규칙 개정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규제 강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받아들여, 지적을 받은 곳에 한해서만 점검 횟수를 연 1회 늘리기로 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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