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
“지금과 같은 공급 정책 더 이상 안 돼”
연합뉴스.

2015~2017년 사이 주택공급이 주택수요를 이례적으로 크게 초과한 결과 최근 준공 후 미분양 증가를 초래하면서 건설사의 재무안정성과 주택금융 관련기관의 부실은 물론 조만간 ‘역전세난(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우리나라 주택 공급시장이 3년 주기로 급등ㆍ급락을 거듭한 탓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의 자기자본부담을 확대하고 저출산ㆍ고령화 및 1인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는 수요 중심의 주택공급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6일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한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우리나라 총 주택 수와 주택보급률을 각각 2,113만호와 106%로 추정했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0%를 돌파한 뒤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다.

◇ 내년까지 준공후 미분양 물량 2만 5,000~3만 호

특히 지난 2015~2017년 사이에 급증한 주택 공급량은 우려스러울 정도다. 이 기간 인허가가 확정된 주택공급물량은 각각 76만 5,000호, 72만 6,000호, 65만 3,000호에 달했다. 이는 기초주택수요 보다 각각 35만 8,000호, 32만 2,000호, 29만 6,000호 초과해 공급됐다.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도는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공급이 많았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주택공급의 급증은 3년 시차를 두고 준공후 미분양 증가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실제 실증분석 결과, 수요여건 변화가 없다면 분양물량의 10% 증가는 3년이 지난 뒤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3.8%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기준 우리나라 아파트 준공후 미분양은 1만 8,558호로, 이는 2015년 말 1만 518호에 비해 76.4%나 급증한 수치다. 보고서는 “2015년 급증한 주택 인허가 물량이 3년 시차를 두고 최근 준공후 미분양의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사료된다”며 “올해 말과 내년에는 미분양 물량이 2만 5,000호에서 3만 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 미분양 증가, 건설사ㆍ금융회사 부실로

문제는 이렇게 증가한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주택금융 관련 기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주택미분양은 1995년과 2008년에 각각 15만 2,000호, 16만 5,000호를 기록하면서 최고조에 달했고, 그 결과 준공후미분양 물량 1만 8,000호를 웃돌았던 1998년 건설업체 429개 사가 도산했다. 역시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3만 9,000호에 육박했던 2011년 건설업체 145개가 부도를 맞았는데, 당시 상위 100대 건설사 25개 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포함한 부도를 신청했을 정도였다.

건설사의 부도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재무건전성도 크게 악화시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고스란히 손실로 잡히면서 2011년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로 이어졌고, 보증을 통해 준공된 주택물량이 미분양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손실도 막대했다.

총 주택수 및 주택보급률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 경기 지역으로 역전세난 확산 우려도

올해 준공ㆍ입주 물량의 대거 유입으로 지방부터 전세가격 하락, 역전세난 확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역전세난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임차인이나 임대인에게 모두 유동성을 제약시키게 되며, 확산될 경우 전세자금대출기관 및 전세보증금반환보증기관의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 보고서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장기 평균에 비해 10% 증가할 경우 전세가격을 0.6~1.21%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서울, 경기 지역의 경우 전세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각각 2018년 2월과 2017년 12월임을 감안하면 전세계약 만기도래시점인 올해 12월부터 역전세난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주택공급량의 급등락과 그로 인한 폐해를 우리 경제 체제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동산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공급자 수익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공급 전환해야

특히 최근 주택공급 급증 현상은 △ 정부의 대규모 주택용지 조성과 공급 △ 택지지구 지정에서부터 분양까지의 긴 시차 △ 건설사의 낮은 자기자본비용 부담과 높은 선분양금액 의존 △ 주택 경기의 수용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송 부장은 “후분양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지만 적어도 착공부터 준공까지 건설사의 자기자본부담을 높여야 하고, 금융기관도 담보 위주의 대출보다는 주택 관련 PF 등을 통한 전문적이고 책임 있는 투자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제대로 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공공택지 조성을 통한 주택공급계획은 현재보다 더욱 신중하게 설계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제3기 신도시도 과거와 달리 구도심의 쇠퇴를 더 촉진할 가능성이 커 보이며 분양가상한제는 일시적인 안정을 가져오겠지만 다시 공급 급증으로 연결된 과거 2007년의 데자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최근 가구 수 증가폭의 빠른 감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1인 가구의 증가 등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택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과거의 공급자들의 수익 위주의 주택 공급보다는 수요 중심의 주택공급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송 부장은 강조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주택수급 불균형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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