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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아무도 모른 채 핵탄두가 날다(8.29)

입력
2019.08.2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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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노트 공군기지를 이륙하는 B-52H 폭격기. en.wikipedia.org
미국 마이노트 공군기지를 이륙하는 B-52H 폭격기. en.wikipedia.org

2007년 8월 30일 오전 8시30분, 미 공군 B-52H 중폭격기 한 대가 다코타주 마이노트(Minot) 공군기지를 이륙했다.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Barksdale) 기지로 향한 폭격기에는 미 국방부가 폐기하기로 한 핵탄두 탑재형 스텔스 크루저미사일(AGM-129 ACM) 12기 중 6기가 실려 있었다. 폭격기는 현지시간 오전 11시23분 박스데일 기지에 착륙했다.

미사일에 장착된 게 연습용 탄두가 아니라 핵탄두라는 사실이 확인된 건 해체 팀이 작업을 시작한 그날 밤 10시 무렵이었다. 핵무기는 특수 저장고에서 반출될 때부터 엄격한 명령계통에 따른 절차와 안전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군 기지 안이라고는 하지만, 핵탄두를 장착한 폭격기가 29일 오전부터 아무런 특별 경비도 받지 않은 채 비행시간 포함, 총 36시간을 방치되다시피 한 셈이었다. 당연히 군 수뇌부도 문제의 핵탄두가 사라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사실은 즉각 국방부 군지휘통제센터(NMCC)에 ‘브로큰 애로(Broken Arrowㆍ우발적 핵 사고)’에 준하는 심각한 사고 수준인 ‘벤트 스피어(Bent Spear)’로 보고됐고, 그 기밀사항이 9월 5일 미국의 한 군사전문지에 의해 폭로됐다.

국방부와 미 공군은 10월 19일 두 공군기지 핵심 관계자 등 다수가 규정된 작전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24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소집됐다. 두 기지 사령관을 비롯한 장성과 장교 수십 명이 보직 해임되거나 퇴역했고, 이듬해 공군장관과 공군참모총장도 옷을 벗었다.

당시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게이츠(2006.12~2011. 6 재임)는 퇴임 후 출간한 책 ‘임무: 전장에 선 장관의 회고록’에서, 이 사고 직후 핵 관리에 관한 자체 전면조사를 벌여 2001년부터 2007년 9월까지 무려 237건의 크고 작은 관리 사고를 적발했다고 공개했다. 2006년 미 공군이 대만에 군사장비를 전달하면서, 예정된 헬리콥터 배터리가 아닌 핵 기폭장치를 보낸 사실도 그 과정에서 밝혀졌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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