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이 오래된 중고 수입차를 구입해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뜯어낸 20대 남성이 2년 6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2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로 이모(26)씨를 검거해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 부천시 등에서 수입차를 몰고 다니며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및 치료합의금 명목으로 총 1억4,6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보험사들이 수입차 사고 처리를 할 때 사고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미수선 수리비’ 처리를 한다는 점을 노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미수선 수리비는 실제 수리에 들어간 비용을 공업사에 지급하는 게 아니라 차주에게 수리를 일임하고 지급하는 현금이다.
이씨는 미수선 수리비 300만~600만 원을 받은 뒤 실제 수리는 하지 않았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300만원에 구입한 2005년식 구형 아우디 등 중고 수입차 4대를 범행에 동원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영등포동 영등포로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의 사고로 의심되는 장면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유사 사고를 확인하다 이씨가 8일 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교통사고를 낸 사실을 파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씨가 저지른 사고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31건이었는데, 경찰은 이 가운데 24건을 보험사기로 의심했다.
이씨는 경찰이 보험처리 내역 전부를 분석하고 피해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자 그대로 잠적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난 20일 검거해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곧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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