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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캐나다 5인방(8.27)

입력
2019.08.2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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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타와 캘거리시의 '캐나다 5인방' 기념 조형물.
캐나다 오타와 캘거리시의 '캐나다 5인방' 기념 조형물.

최근 방영된 한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제주도를 여행하는 캐나다 청년 5명을 캐나다 5인방이라 불렀다는데, ‘캐나다 5인방(The Famous Five)’이란 명칭의 주인은 사실 따로 있다. 20세기 초 캐나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밀리 머피(Emily Murphy, 1868~1933) 등 5명이 그들이다. ‘용감한 5인방(The Valiant Five)’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은 영연방의 ‘북미 식민지법(British North America Act(1867)’ 조문에 적힌 ‘persons(사람)’에 여성이 포함되는지 캐나다 정부와 영국 대법원에 따져 물은 이들이다.

1916년 매춘 혐의로 기소된 앨버타주 여성들의 재판에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증언을 하려 하자 법원이 그 증언을 저지한 일이 있었다. 심리 내용 일부가 여성이 남성이 함께 듣기 부적절하다는 게 이유였다. 에밀리는 “그렇다면 재판 자체를 여성이 주도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 법무부에 항의했고, 뜻밖에도 앨버타주 정부는 에밀리를 치안판사에 임명해 그 재판을 맡도록 했다.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의미였다. 남성 일색인 검찰과 변호사 등은 식민지법을 들어 여성 치안판사의 권위를 인정하려 들지 않아 에밀리는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얼마 뒤 에밀리는 아예 총독이 임명하는 상원 의원 후보로 나섰다. 그건 단순한 출마가 아니라 여성의 법적 지위와 참정권에 대한 총독 정부의 유권해석을 요구한 행동이었다. 50만여명이 임명을 촉구하며 서명했지만, 총독은 그를 임명하지 않았다.

그는 여성 운동가 4명과 함께 1927년 8월 27일, 식민지법의 ‘Persons’가 여성도 포괄하는 개념인지 대법원에 묻도록 하는 청원을 캐나다 정부에 제기했다. 캐나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여성은 해당사항 없다’고 판결했다. 법 조문 중 대명사 ‘He’가 쓰였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다. 하지만 연방 속령의 최종심 심판 권한이 있는 영국 대법원, 즉 영국 상원 추밀원 사법위원회는 1929년 10월 18일 ‘persons는 남성 여성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며, 여성도 캐나다 상원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넉 달 뒤 캐나다 첫 여성 상원의원(Cairine Wilson, 1885~1962)이 탄생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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