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35> 재소자 가족 
 ※ 대부분의 사람은 적어도 한두 가지 측면에서는 소수자입니다. 자신의 불편은 크게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의 소수자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냉소적인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화요일 한국 사회에서 유독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모습을 들여다 봅니다.

4년 전이었으니 막내(6)가 겨우 걸음마를 뗐을 때였다. 지금이야 밥도 혼자 먹고 화장실도 갈 수 있지만 큰 아이(9)와 둘째(7)도 당시엔 부모가 한 순간도 한눈을 팔 수 없는 그런 시기였다. 부부가 경기도의 작은 교회를 운영하며 빠듯한 살림으로 아이 셋을 먹이고 씻기고 입히면서도, 아이들이 주는 기쁨에 피로를 흘려버리곤 했던 그 때, 남편(38)의 범행 사실이 들려왔다. 전도사였던 남편은 2015년 9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질러 10년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아내 이유진(36ㆍ가명)씨는 “‘막막하다’란 말로밖에는 표현이 안 된다”며 남편의 수감 당시를 힘겹게 떠올렸다. 엄마만 바라보는 물정 모르는 세 아이들을 돌보기 바쁜 나머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 가족을 떠난 남편을 원망할 틈도 없었다. 고통은 줄지어 찾아왔다. 급하게 교회를 정리하고 현재 살고 있는 약 30㎡(9평) 크기의 임대주택에 네 식구가 짐을 풀기 무섭게, ‘폐동맥 고혈압’이란 희귀난치병까지 이씨를 덮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병에 걸리면 혈관이 두꺼워져 장기를 압박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직장을 다닐 수도 없어 현재 130만원 가량의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약을 먹지 않으면 심해지는 심장 통증보다 견디기 힘든 건 “아빠는 언제쯤 우리와 같이 살 수 있냐”고 묻는 아이들의 눈을 볼 때다. 이씨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015년 남편의 수감 이후 세 아이들과 살고 있는 이유진(가명ㆍ뒷모습)씨는 "한 달 50만원으로 네 식구가 살면서 느끼는 빠듯함보다, 아이들이 아빠는 왜 그렇게 멀리서 일하고 한 번도 집에 오지 않느냐고 물어올 때 마음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조아름 기자

재소자들은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사회와 동떨어진 감옥으로 향한다. 그들의 가족들은 여전히 사회 속에 남겨져 살아가지만 정작 이들의 삶은 ‘창살 없는 감옥’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범죄자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재소자들이 감옥에 갇힌 뒤 남은 가족들은 경제적 빈곤 가정으로 내몰리거나 주변 사람들의 외면과 손가락질 대상으로 전락해 숨죽이며 살아간다. 신상이 공개돼 되돌리기 힘든 2차 피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도(헌법 제13조 3항), 재소자 가족 중에는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보다 어쩌면 더욱 혹독한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의 수감 이후 찾아오는 경제 위기 

재소자 가족들이 겪는 가장 큰 피해 중 하나는 경제적 빈곤이다. 특히 양육해야 할 자녀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 빈곤 비율은 더 높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11월 발표한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53개 교정기관에 수감 중인 재소자(4만936명) 4명 중 1명(25.4%)은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고 답한 재소자(1만299명)의 89.5%는 수감 전 혼자 또는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양육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들의 수감은 곧 가정의 경제 위기일 수밖에 없다. 재소자 가족의 국민기초생활 수급 비율(11.7%)은 국내 평균 수급 비율(2.3%)의 5배에 가깝다.

이씨도 매달 받는 수급비 130만원 중 남편과 신혼집을 구할 당시 받았던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25만원)을 비롯해 세 아이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한 달 손에 쥐는 금액은 겨우 50만원에 불과하다. 남편의 변호사 비용(1,500만원)을 대느라 가지고 있던 자동차(1,000만원)까지 팔았다. “아이들이 많아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것 같다”고 한탄하던 이씨는 “그나마도 기초생활수급자(의료급여 1종)라 병원비와 약값이 들지 않아 이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당구장을 운영 중인 한정희(43ㆍ가명)씨는 남편(45)이 상습 음주운전으로 1년 8개월형을 선고 받아 2017년 10월 수감된 이후 빚에 허덕이게 됐다. 2014년 당구장을 시작하면서 받은 대출금 약 2억원을 직장 생활을 하던 남편이 수감되기 전에는 함께 갚아가며 살았지만 현재 당구장 수입으로는 대출 이자에 두 아이들(각각 고1, 중3)과의 생활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가게를 내놓을 처지다.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차량 사고까지 냈던 탓에 한씨는 상대방 운전자 치료비 등으로 2,000만원의 합의금까지 물었다. 한씨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도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서로 감정이 상하다 보니 관계도 소원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수용자 자녀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수용자자녀의 주 양육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회적 냉대에 숨어 살기 급급 

재소자 가족들은 세상의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충격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죄인’의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란 이유만으로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견디고 사는 경우가 많다. 가족의 범죄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경우 생각지 못한 2차 피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올해 초 지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러 아버지가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조성훈(10ㆍ가명)군은 다니던 초등학교에 며칠 간 등교하지 못했다. 조군의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에게라도 사기 당한 금액을 변제 받겠다며 피해자들이 조군 학교에까지 찾아갔기 때문이다. 조군의 어머니는 “학교 앞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우리 아이와 내 연락처를 물어봐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피해액도 갚을 예정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이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재소자 가족들은 주변 사람들과 왕래를 끊고 범죄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한정희씨도 “남편의 수감 이후 친한 친구들에게 남편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고 이웃사람들과도 웬만하면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친구들이나 부모들이 알게 돼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이 상처받는 게 가장 무섭다”라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수감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1만5,195명) 10명 중 6명(63.2%)은 자신의 수감 사실을 자녀들이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이 받게 될 충격 때문에 보호자들은 외국이나 먼 지역에 일을 하러 갔다는 이유 등으로 수감 사실을 숨기곤 했다.

이유진씨도 아이들에게 남편이 수감된 지방의 한 교도소를 아예 “아빠가 일하는 회사”라고 둘러댔다. 친구 아빠들과 달리 몇 년 동안 집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아빠에 대해 초등학생인 큰 아이가 “도대체 아빠는 언제쯤 오냐”고 물을 때마다 이씨는 가슴이 철렁하다. 그는 “남편이 출소할 때쯤이면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는데 그때까지 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솔직하게 말을 한다고 해도 어린 아이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지금으로선 막막하다”고 말했다.

양육자가 기억해야 할 수용자 자녀 8대 권리. 강준구 기자
 ◇ “더러운 피” 비난에도 고개 숙이는 가족들 

재소자의 가족에게 이른바 ‘연대책임’을 묻는 경향은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가족중심 문화가 뿌리깊은 탓이다. 민간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등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재소자 가족들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언론 등에 오르내릴 때 비난의 수위는 더 높아진다. 온라인 상에는 ‘자기 자식 귀한 줄 알면 죄를 짓지 말아야지’, ‘범죄자의 더러운 피가 흐르는 가족들을 왜 돕느냐’, ‘너희들도 공범이다’, ‘평생 얼굴을 들지 말고 살아야 한다’와 같은 가혹한 비판들이 오르내린다. 재소자 가족들도 ‘죄인의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비난과 책임을 감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피할 수 없다.

가족의 범죄 사실이 자신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직장인 이성희(41ㆍ가명)씨는 이미 수년 전 출소한 아버지의 수감 이력 때문에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포기하게 됐다. 이씨는 “아무리 연인 관계라고 해도 상대방 가족 중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냥 넘어갈 사람은 없을 것 같다”며 “괜한 상처를 받느니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소자 자녀 지원단체 세움이 지난달 자녀들과 함께 4박 5일간 다녀온 몽골 해외교류캠프에서 두 청소년이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모닥불을 쳐다보고 있다. 세움 제공

특히 범죄를 저지른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회의 시선에 부모의 부재로 가뜩이나 위축된 아이들이 경험하는 마음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재소자 자녀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세움의 이경림 대표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비난을 받는 아이들은 수치심과 죄책감에 고립되기 쉽다”면서 “이들을 보호하고 돕는 문제는 부모의 죄와 관계 없이 아동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세움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수용자 자녀 양육 지침서 ‘내일을 위한 용기’에 수록된 ‘양육자가 기억해야 할 수용자 자녀 8대 권리’ 가운데 첫 번째는 ‘부모의 수용 사실로 인해 사회적으로 비난받거나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다.

일본 가해자 가족 지원단체 월드오픈하트(World Open Heart)의 아베 교코 이사장 역시 지난달 펴낸 저서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에서 이렇게 밝혔다. “’부모의 교육방법이 나빴다’ 등 세상의 모든 언어로 가해자 가족을 비난한다. 이러한 무책임한 비난은 가해자 가족을 상처 입히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뿐, 가해자가 갱생할 수 있는 기회와 범죄예방의 중요한 실마리를 없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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