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 공문… 민주당 내부서도 “조국 구하기 지나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일요일인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여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닌 ‘국민 청문회’(가칭) 개최를 타진하고 있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청은 자유한국당이 청문회 일정을 잡지 않아 내놓은 고육책이라면서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 청문회 진행을 맡겨 공정성 문제를 피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0년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한 이래 법이 정하지 않은 다른 형식의 청문회가 진행된 전례가 없고, 실효성도 의심돼 여권의 ‘조국 구하기’에 언론이 동원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25일 청와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26일 여야 원내대표가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최종 조율한 뒤, 법적 시한 내에 청문회 날짜를 잡는다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주 중 국민 청문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까지 입장을 정해달라는 요구를 해 놨고, 그럼에도 30일까지 청문회를 못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의 의혹을 풀 자리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에 국민 청문회를 주관할 수 있는지 묻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 청문회는 근거도 없고 전례도 없는 형식이어서 지나친 ‘조국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대통령의 고위 공직자 임명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제정한 인사청문회법 정신에 어긋난다. 또 여당이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여는 것은 여야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의회주의를 허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국민 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말하자면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도 “청문회는 기본적으로 여야 국회가 하는 게 원칙”이라며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 전, 혹은 국회 청문회 없이 국민 청문회를 하는 것은 인사청문회법이 정한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 훼손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들이 다 우리편이라고 생각하고 국회를 우회하는 것이 가장 나쁜 포퓰리즘”이라며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력과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문회 특혜까지 받느냐’는 지적도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회가 법으로 정한 청문회를 진행하는 게 국민들을 위한 청문회”라며 “그것을 무시하고 국민 청문회를 진행한다면 ‘딸 입시만 꼼수가 아니라 장관 청문회도 꼼수로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단체 주관이라는 완충장치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결론’을 정해놓은 허술한 청문회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조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선 인사청문회에 버금가는 증인과 참고인 채택, 그리고 각종 질의에 대한 답변서와 근거자료 제출이 필수인데, 국민 청문회는 이런 법적 장치가 없다. 증인 등의 위증을 처벌할 방법도 없다. 조 후보자의 해명만 듣고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하는 정해진 ‘결론’만 도출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창렬 교수는 “청문회법에 따른 청문회는 증인도 출석시키고 법적 권한도 가지고 있지만 국민 청문회는 증인 채택도 안 되고 그럴 권한도 없는 것이라 정체성이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