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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열흘 만에 깨진 비폭력… 화염병ㆍ물대포에 경찰 경고사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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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열흘 만에 깨진 비폭력… 화염병ㆍ물대포에 경찰 경고사격까지

입력
2019.08.25 17:02
수정
2019.08.26 01:3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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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이틀 수천명 격렬 시위… 시위대 CCTV 설치 가로등 절단

中 고위직 선전서 홍콩사태 세미나… 中정부 개입 우려 커져

24일 범죄인 인도법 개장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상대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24일 범죄인 인도법 개장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상대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하늘에 총성이 울렸다. 시민들의 평화 시위 기조는 10일 만에 무너졌다. 거리에 최루탄이 다시 나타났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다시 격렬해졌다. 홍콩 경찰은 25일, 시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시민을 상대로 물대포를 발사했다. 시위대와 마주친 경찰은 권총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 앞서 24일 하루에만 시민 10명이 부상하고 28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 날 홍콩 사회 지도층과 만난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12주째 계속되고 있는 홍콩의 혼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중국 중앙 정부도 홍콩과 이웃한 선전(深圳)에서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홍콩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25일, 홍콩 시민 수천 명은 폭우속 뉴테리토리(新界) 지역 콰이청(葵涌) 종합운동장에 집결해 추엔완 지역까지 행진했다. AFP 통신은 대다수의 시위대는 평화롭게 행진했으나 일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벽돌을 던지면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오후 7시경 경찰이 추엔완 지역에서 물대포를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고 전했다. 거리에서 총성이 울리기도 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시위 현장에서 최소한 한 발 이상의 사격이 있었다. SCMP는 한 경찰의 말을 인용 “생명의 위험을 느낀 한 경찰이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상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24일 오후 홍콩 쿤통(觀塘)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는 시민 수천 명이 모였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진행했다. 가면을 쓴 시위대가 길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 밑동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넘어뜨리고 환호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SCMP는 일부 시위대가 교통 상황과 대기질을 모니터하기 위한 스마트 가로등에 달린 카메라가 시민을 감시하는 도구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 일부는 성조기를 흔들어 중국군의 직접 진압 명분을 쌓아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위대는 응아우타우콕(牛頭角) 경찰서까지 행진한 뒤 외부에서 진압복을 입고 대기하던 경찰과 마주쳤다. 시위대는 도로에 세워진 방호벽과 공사용 대나무 장대를 가져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으며 벽에는 스프레이로 경찰을 겨냥한 모욕적인 구호를 썼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바리케이드 너머로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최루 스프레이, 빈백총(Bean bag gun) 등도 시위 진압을 위해 재등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 시위 진압에 최루탄이 다시 등장한 것은 열흘여 만이라고 보도했다. AP 통신도 이번 충돌로 2주 가까이 이어진 고요가 깨졌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성명을 내고 시위대에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연행을 시작하자 쇼핑몰 '텔포드 플라자' 인근으로 물러섰지만 경찰에 벽돌과 화염병 등으로 반격에 나섰다. 한 시위 참가자는 테니스 채를 이용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받아쳤다. SCMP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다친 시민 10명이 병원으로 후송됐고 이 중 두 명은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홍콩 명보는 시위 과정에서 28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24일 시위에 앞서 홍콩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과 정부 청사에서 만나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홍콩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참석자를 인용해 “회의에 초대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경찰의 행위 등에 대한 시위대의 공개 질의를 받아들이고 송환법을 완전히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람 장관이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폐기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며 “(람 장관이) ‘포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다른 참석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중앙 정부의 압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속도를 붙일 조짐이다. 홍콩과 경계를 맞댄 중국 선전에서도 24일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全國港澳硏究會) 주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40명의 고위급 정치인과 고문들은 홍콩 사태에 대해 중앙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SCMP는 전했다. 마리아 탐 와이추 전국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회 산하 기본법위원회 부의장은 “일국양제와 도시의 높은 자율성이 중앙정부의 불개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탐 부의장은 “(중앙정부의) 개입이 일국양제를 바른길로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쉬쩌(徐澤) 전 국무원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부국장은 “시위대의 폭력이 홍콩과 국가의 근본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홍콩은 가라앉을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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