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집능력 과시 의도… 합참 “美와 정보 교환 시간 걸린 것”
일본 정부는 24일 한국 측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 이후 첫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발사를 한국보다 앞서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쳐 발사를 반복했지만 한국 합동참모본부의 발표 이후 반응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일 양국 간 탐지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의식, 자국의 대북 대응 태세와 정보 수집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일본 측 의도가 담겨 있다.
24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한국 합참의 발표는 오전 7시 36분에 나왔다. 반면 일본 방위성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시간은 합참보다 26분 빠른 오전 7시 10분이었다. 이를 전한 교도(共同)통신 보도도 합참 발표보다 12분 빠른 오전 7시 24분이었다.
방위성은 발사체의 종류에 대해서도 탄도미사일이라고 신속히 규정했다. 통상 ‘비상체(발사체)’로 발표한 다음 며칠 간의 분석을 거쳐 탄도미사일로 공식 발표해 온 것에 비해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은 24일 “만반의 태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속하게 판단할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라며 “한국 측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정보 수집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도 지역 정세를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한일 간) 간극을 찌른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등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한 것으로, 이번 발사를 독자적인 정보 수집ㆍ분석 능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또 탄도미사일이라는 분석을 근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소미아에 근거한 한국 측 정보 제공이 없이도 북한의 미사일 대응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일본의 정보망에 구멍이 없다고 국제사회에 인상 지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국 간 발표 시차가 탐지능력의 격차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측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일본에 비해 발표 시점이 늦은 것은 한미 정보당국 간 정보 및 의견 교환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조기경보레이더와 이지스함 등으로 탐지하고 있으며, 지구 곡률로 인해 구체적인 발사 시각과 관련해 일본보다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현 정부 들어 일본으로부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보를 받아 분석에 활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요미우리는 “일본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한국 측의 정보 제공이 없어도 (탐지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면서도 “다만 단거리 미사일이나 저공비행일 경우에는 일본 레이더가 포착할 수 없어 한국 측 정보가 없으면 비행거리, 고도, 종류 등을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양국 간 정보 교환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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