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논문 ‘1저자’ 관련 SNS에 분노ㆍ비판 쇄도
부산대 28일 촛불집회, 서울대도 총학 주관 집회 예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에 대한 특혜 논란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대학가가 뒤숭숭하다. 조씨가 거쳐간 고려대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은 물론 조씨의 ‘스펙’ 만들기에 동원된 단국대와 공주대 등에서는 촛불을 들고 있다. 조씨와 관련된 대학들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고 교수들까지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2주에 논문 한편이면 8주면 4편을 쓸 시간”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의 동료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소속 한 교수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구공개’로 올린 글에서 “서울대 법대에서 고등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공식 인턴제도를 들어본 적이 없고 내가 관여하는 연구에 고등학생 인턴을 들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고등학생이 (연구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SNS에 “실습보고서 같은 에세이”라고 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나 “이명박 박근혜 때 비해 조족지혈도 못 되는 사건”이라고 한 소설가 이외수씨 등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른 견해다.

대학원생들의 지적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 자연대 대학원생 김모(28)씨는 “8주짜리 인턴이 최근 연구실에 들어와서 선후배들과 ‘논문 4편을 쓰고 가겠다’는 농담을 했다”면서 “문제가 된 논문을 쓴다고 고생했을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들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2주간 인턴십에 참가한 고등학생에게 성과가 넘어갔다는 점이 가장 부당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대나무숲’에서는 “이공계 대학원생 뉴스 시청 금지령을 내려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올랐다. 5년간 SCIE(확장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제1저자 논문 한 편 쓰기도 어려운데 고등학생이 2주간 인턴으로 제1저자가 되는 현실에 대한 풍자다.

대학원생들은 수년 간 연구실에 몸담으며 배운 ‘저자’의 개념과 조 후보자 딸이 첫 줄에 이름을 올린 ‘저자’의 간극이 너무 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인 A(29)씨는 “대학원 4학기째인데도 1저자로 등재된 논문은 손가락으로 꼽는다”면서 “그것도 국내학회 제출 논문이었는데 SCIE급에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등재된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인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의혹 관련 집회를 하며 행진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교수가 지인 자녀 등을 ‘인턴십’을 빌미로 참가시키는 관행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생인 B(30)씨는 “교수 지인 자녀 등의 인턴십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사적인 인맥으로 연구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체험 목적일 뿐, 연구에 깊이 관여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대학원생은 이런 인턴십 참가생의 이해와 적응을 도와야 하는 어려움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도 최근 SNS를 통해 “100만원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국제 학회 발표를 위해 밤잠 자지 않고 논문을 작성하는 대학원이란 공간이 누구에게는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라고 한탄을 쏟아냈다.

대학가의 분노는 ‘촛불 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촛불을 든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에 이어 부산대에서도 28일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날 서울대에서는 총학생회 주최로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2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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