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할 경우 속도 중심의 통과형이 아닌 머물며 구경하는 관광형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연을 닮은 굽은 흙 길과 같은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DMZ 도로는 굽은 흙 길로’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한반도 신경제와 DMZ 보호, 생태계 보호를 원칙으로 DMZ 도로 비전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경제공동체는 DMZ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와 철도 개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동서로 넓게 펼쳐진 DMZ 생태보전과 교차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반도 신경제가 DMZ 생태계의 허리를 발라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쪽 구역에서만 동식물 5,929종이 출현하고 멸종 위기종 101종이 서식하는 DMZ가 도로로 단절돼 생태계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수도권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DMZ와 남북접경지역 활용 시 우선해야 할 핵심가치’를 묻는 질문에 경제적 가치(17.5%)보다 환경적 가치(81.9%)를 꼽았다.
이에 따라 △도로 면적보다는 개수를 제한 △교통량에 따라 완충구역 폭 설정 △습지 등 주요 생태계는 우회하거나 저속으로 설계 △노선 결정 후 생태통로 계획 △도로운영 시 양쪽 경과 복원 등 5가지 도로건설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구불구불 한 흙 길’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단순히 동물이동경로로만 여겨 온 생태통로도 선형(하천·다리·터널·굴)과 징검다리(공원녹지·습지·연못·정원·도시숲), 경관(가로수·제방) 등과 같이 3가지 유형으로 만들어 DMZ를 생태통로 박람회의 장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이양주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MZ 생태계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도시가 아닌 도로 건설”이라며 “생태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아름다운 구간, 멋진 다리 등으로 도로 자체가 관광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허리가 될 평화로(국도 3호선)를 선택해 세계적인 경관도로로 만들고 통일로(국도 1호선)는 국가와 경기도·고양시·파주시가 협력해 경관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는 향후 북으로 확산시켰을 때 통일 한국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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