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대응 범죄자 악마화, 정신질환자 사회적 낙인 강화”
검찰개혁 외 민정수석 존재감 미미… 인권ㆍ난민 문제 무심 비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며 쏟아지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법무부를 이끌어갈 정책 비전이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밝힌 법무 정책에서는 반인권적 내용도 포함돼 있어 진보진영에서도 자질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가 20일 ‘국민들의 일상의 안전과 행복,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자료를 통해 향후 펼칠 법무ㆍ검찰 정책을 처음으로 언급하자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조두순 같은 아동범죄자에 대한 집중관리 강화 △정신질환 범죄 대응 △스토킹처벌법 제정ㆍ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집회ㆍ시위 시 과도한 폭력을 사용할 경우 엄정한 법 집행 등의 내용이 기존 법무부 정책을 ‘재탕’한 게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우선 제기됐다.

특히 아동 성폭력 대응책을 두고는 여성에 대한 범죄를 특정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려 하거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진보성향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 나왔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2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의 구조적 원인은 외면한 채 일부 성범죄자와 정신질환자를 악마화해 이들을 감시 통제하겠다는 것은 매우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대처”라면서 “조 후보자가 과연 인권전문가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페이스북에 “일반 국민이나 약자의 삶에 대한 고민은 없고 공포를 조장해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섣부른 보도자료”라고 지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발표한 정책들. 그래픽=김경진기자

집회ㆍ시위 자유와 관련해 “막무가내로 과도한 폭력을 사용하는 행위는 불가피하게 법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반발을 불렀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최근 들어 폭력시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데 굳이 첫 비전 발표에 포함시켜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과거 보수 정부 시절 장관의 정책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내용들”이라고 평가했다.

진보 진영의 비판은 조 후보자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사실의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조 후보자는 ‘사회주의노동자연맹’ 사건에 연루돼 반년 간 옥고를 치른 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역임하면서 △소수자와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국가보안법과 사형제 폐지 △차별금지법 도입 등을 주장해 가장 진보적인 법학자로 손꼽혔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법무 행정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2년 간 검찰개혁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평가다. 법무부에 근무했던 한 부장검사는 “정부조직법에 의하면 법무부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인권 옹호이고 출입국 관리나 교정이 그 다음”이라며 “사법개혁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한 검찰개혁에만 신경을 쓰느라 지난 2년 동안 인권보호 등 다른 분야에서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황필규 변호사는 “현 정부 출범 후 가장 큰 법무부 현안이었던 난민 문제만 봐도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한국의 난민보호가 낮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지난 2년 간 법무부가 보여준 정책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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