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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돗물 이상 신고 한 달…주민들 ‘피부병’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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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돗물 이상 신고 한 달…주민들 ‘피부병’ 호소

입력
2019.08.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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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필터 단시간 변색 원인 망간으로 밝혀졌지만…검은 찌꺼기 계속 나와 주민 불안 ‘여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시간 수도 필터 색이 변하는 수돗물 이상 사태 이후 어린아이들이 피부염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단시간 수도 필터 색이 변하는 수돗물 이상 사태 이후 어린아이들이 피부염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시청 8층 브리핑룸. 수도 필터가 단시간 검게 변했다는 수돗물 이상 신고가 급증한 가운데 원인 파악에 나선 민간전문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회견장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당초 취재기자들만 허락됐지만, 수돗물 이상 신고를 한 주민 10여명이 들어 와 지켜보고 있었다.

한 주민은 “수돗물에서 계속 이상한 찌꺼기가 나와 보름 넘게 생수를 사서 쓰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시간을 내 왔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장은 주민들의 공청회장이 됐다. 수돗물 전문조사단이 필터 변색의 원인으로 ‘망간’을 지목했지만, 유해성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망간의 농도가) 먹는 물 기준 이하면 괜찮다”는 애매한 답을 내놓자 주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37개월의 딸을 데리고 온 이모(남구 오천읍)씨는 아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온몸에 난 상처를 가리키며 “피부질환이 생겨 부산의 대학병원까지 갔다 왔다”며 “혈액검사를 했더니 환경적인 영향으로 혈액 염증 수치가 높다고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검게 변한 수도 필터 2개를 들어 보이며 “물을 틀면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변하는데 이런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주민 이모(남구 오천읍)씨의 37개월 된 딸의 발에 상처가 나 있다. 이씨는 "병원에 가서 진료받은 결과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
기자회견장을 찾은 주민 이모(남구 오천읍)씨의 37개월 된 딸의 발에 상처가 나 있다. 이씨는 "병원에 가서 진료받은 결과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

이수길(남구 오천읍)씨도 “집집마다 아이들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며 휴대폰을 들어 피부병을 앓는 아이들의 모습이 닮긴 사진을 내보였다.

포항시에 따르면 ‘개수대와 샤워기 등에 달아놓은 필터가 단시간에 검게 변했다’는 내용의 수돗물이상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지난달 29일이다. 이후 잠잠했던 수돗물 이상 신고는 8월 초 급증했다. 이달 5일부터 10일까지 36건의 신고가 들어온 데 이어 11일부터 폭증해 14일에는 하루에만 300건이 접수됐다. 7월 29일 첫 신고를 제외하고 5일부터 22일까지 총 신고 건수는 1,264건에 달한다. 민원 발생 지역은 남구 오천읍을 중심으로 상대동과 동해면, 대잠동 등으로, 모두 남구 연일읍 유강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곳이다.

신고 내용은 첫 민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 필터를 설치하고 몇 시간 만에 검게 변했는데 수돗물을 먹어도 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대개 수도 필터의 교체 시기는 설치 후 1, 2개월 후다.

포항시는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 10, 11일 민원이 집중된 남구 오천읍 일대 피해 신고 가구의 물을 받아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맡겼다. 그 결과 ‘먹는 물 기준 6개 항목에 모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또 민원이 많은 오천읍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저수조를 세척했다. 이어 대학교수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 등 8명으로 민간전문조사단을 꾸렸고, 내시경까지 동원해 유강수계 상수도관을 조사했다.

대구지방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으로 구성된 경북 포항시 수돗물 민간전문조사단이 유강수계 관로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대구지방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으로 구성된 경북 포항시 수돗물 민간전문조사단이 유강수계 관로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하지만 포항시는 수돗물이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다는 자료만 공개하고 먹을지 말지는 사용자가 판단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놔 공분을 사고 있다.

더구나 필터 변색의 원인이 망간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정작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유해성 여부 등에 확실하게 설명하지 않아 수돗물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고가 집중된 오천읍 등 유강수계 가구에서는 미처 필터를 구하지 못하면 수돗물을 장시간 틀어놓고 물티슈를 갖다 대 점검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포항 남구 오천읍 한 주민은 “저수조를 청소했다는데도 아직도 물티슈를 수도꼭지에 대면 시커멓게 변한다”며 “왜 똑같은 수도 요금을 내고 아이들까지 이렇게 고생하고 걱정해야 하는지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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