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력한 제재 유지’ 발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
협상 앞두고 카운터파트 맹비난… 외무상 담화 형식 이례적 발표
리용호(오른쪽) 북한 외무상이 7월 6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영접하는 모습. 평양=APㆍ뉴시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3일 “독초”라는 원색적 비난을 동원하며 대미 고위급협상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맹비난했다. 지난 20일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종료된 뒤에도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은 채 기싸움을 거는 모습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최근 폼페이오 장관의 미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면서 “폼페이오가 사실을 오도하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되어 있고 조미(북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이 될 만 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이것을 보면 그가 미국의 현 대외 정책보다 앞으로의 보다 큰 ‘정치적 포부’를 실현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전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것(비핵화)을 이행할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라면서도 “그러지 않을 경우에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그들이 비핵화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조미 대화가 한창 물망에 오르고 있는 때에 그것도 미국 협상팀을 지휘한다고 하는 그의 입에서 이러한 망발이 거듭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무심히 스쳐 보낼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폼페이오가 인간의 초보적인 의리도, 외교수장으로서의 체면도 다 줴버리고 우리에 대한 악설을 쏟아낸 이상 나 역시 그와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 해줄 수 있다”며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고 역시 폼페이오는 갈데 올데 없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 당국자들의 발언 등에 대해 외무상 담화 형식으로 입장을 발표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간 주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의 담화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미국을 비난해 왔다.

북한 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리 외무상이 내달 중순 미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회동할 것으로 예상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냄에 따라 북미 협상 재개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우위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라면 협상 재개 임박을 알리는 신호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북한이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거의 거론하지 않던 제재 문제를 언급한 사실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의제를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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