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해를 구했다는 정부 설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했고 그 결정이 타당했음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함으로써 불필요한 안보 공백 논란이 없도록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한미 간 의견 조율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뒤 “연장을 희망해온 미국의 실망은 당연하다”면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 정부의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고, 한일 간 이견 해소를 위한 협력을 촉구했던 미 국방부는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논평의 수위를 높였다.

사실 미국의 불만 표출은 충분히 예상됐다. 미국 입장에서 지소미아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의 핵심 축이다. 우리 정부가 안보 불신을 명분 삼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지소미아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해 부정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일본이 대화ㆍ협상을 거부한 채 우리를 ‘안보적성국’으로 간주하고 미국이 중재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타당하고 불가피했다.

다만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미동맹의 무게를 감안할 때 우리 정부의 부담이 커진 것도 분명하다. 당장 방위비 분담금 협상, 호르무즈해협 파병 논의 등에서 미측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특히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튿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소미아 종료가 북한ㆍ중국ㆍ러시아에 유리한 결정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부추길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정찰위성과 경항모 등 전략자산 확충을 통해 한미 간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역량 강화는 당연하지만 주변국을 자극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음은 유의해야 한다. 물론 더 시급한 것은 한미 간 신뢰 제고다. 미국의 공개 불만이 한미동맹 훼손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세심하고 치밀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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