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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휘 정의당 부대표 “청년 정치인은 기특한 존재 아닌, 두렵게 만드는 존재여야”

입력
2019.09.01 13:44
수정
2019.09.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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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25> 박예휘 정의당 부대표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박예휘 정의당 부대표는 청년이 당당한 정당을 위해서 무엇보다 ‘당내 평등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박예휘 정의당 부대표는 청년이 당당한 정당을 위해서 무엇보다 ‘당내 평등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미 기자

“기성 정치인이 기특해 하는 정치인이 아닌,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지난달 13일 정의당 신임 부대표로 선출된 박예휘(27) 부대표의 일성이다. 정당 활동을 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는 당내 육성 과정인 ‘진보정당 4.0 아카데미’를 거쳐 원내 정당 지도부의 어엿한 일원이 됐다. 기실 그가 부대표로 임명된 배경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년의 얼굴과 가장 닮은 이를 부대표로 세우자’는 젊은 당원의 큰 지지가 있었다.

7월 정의당 전국동시 당직선거에 앞서 정의당의 청년 당원들은 두 달 전부터 ‘청년당원들의 정의당 혁신 프로젝트, 우리끼리 공개경선’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당 공식 경선이 아닌, 청년 당원들의 자발적으로 기획된 행사였다. 일종의 이벤트적 성격이 강했지만, 비공식 공개 경선을 통해 박 부대표는 내부 경쟁과 협력으로 당직선거 후보로 추대됐다. 몇 해 전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를, ‘직업 정치인’의 길로 이끈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인터뷰는 여름이 오기 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이뤄졌으나, 부대표 임명 후 전화 인터뷰를 한 차례 더 진행했다.

◇ 이하 일문일답 

-당의 부대표가 된 소감은

“정의당은 청년 몫의 부대표직을 할당하는 정당입니다. 득표율이 꼴찌였던 제가 부대표가 될 수있던 이유죠. 그렇기에 오히려 청년 당원들이 기획한 ‘우리끼리 공개경선’이 중요했어요. 청년에게 할당되는 그 한 자리에 조금 더 대표성을 띄는 후보를 올리자는 데 뜻이 모인 거죠. 내부 경쟁을 통해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도 있었고요. 총 청년 당원 네 명이 ‘비공식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어요. 한 달이 넘게 이어진 레이스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토론회도 하고, 실제 투표를 하기도 하면서 제가 청년부대표 후보로 선출됐어요. 수동적으로 청년들에게 주어진 자리를 채운 게 아니라, 나름의 공간 안에서 자체적인 평가를 통해 청년들이 후보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대부분 청년들은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을 선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청년들이 왜 정치를 선택하지 않는지’에 앞서 우리 사회의 정치 혐오와 정치 불신을 먼저 이야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젊은이들은 정치를 혐오하는가를 추적하면, 결국 정치 불신을 기반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을 선택한 까닭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후보의 면면이 굉장히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치체제의 구조상 당선이 되기 힘든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어요. 낙선할 걸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드는 후보들을 보면서 깊이 감탄하기도 했고요. 정당이라는 것이 한 순간의 명예나 액세서리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경외심도 들었어요.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동지 의식’을 느꼈는데, 지난해 7월 노회찬 전 의원의 서거가 더 이상 고민에서 물러설 수 없는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나라 진보정치에 획을 긋고자 하는 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했죠.”

-정의당은 ‘청년 노회찬’을 양성하는 취지의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고, 박 부대표도 수료생이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시작해서 올 4월까지 매주 국회에 가서 수업을 들었어요. 우수 수료생으로 선발돼 독일에 가는 경험도 했죠. 보통 각 당의 ‘청년 정치 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많은 코스는 강의만 하고 끝나 버리는데, 정의당의 프로그램은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지식으로 배우는 정치뿐 아니라 좋은 소양을 가진 정치인을 기르겠다는 당의 취지에 공감했어요.”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평화와 경제, 경제와 노동, 정당정치 뿐 아니라 페미니즘이나 다양한 소수자 의제, 복지와 환경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할 시간이 있었어요. 민주적 토론하는 방법을 교육을 통해 배웠고, 지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지역위원회를 찾기도 하고요. 또 정당연설회를 열어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사실 거리에서 정치인이 연설을 할 때, 간판 정치인이 아니라면 관심을 받기 어려워요.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을 때, 10명, 20명 이렇게 시민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고 벅차고 짜릿했죠.”

-비교적 정의당은 청년 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지만,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의당은 다른 정당에 비해 민주적이지만, 당내 평등 문화에 있어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어요. 예컨대 성평등 문화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이요. 여전히 당 행사를 하면서도 휠체어 장애인이 오기 힘든 곳에 장소를 마련하기도 하고요. 아주 디테일한 부분이지만, 기성세대가 파악하기 힘든 그런 부분에서 청년 세대의 인권 감수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부대표가 된 후로도 가장 힘 쏟는 부분이 ‘당내 평등 문화’다.

“부대표가 된 직후부터 당내 수평적 문화 정착을 위한 약속을 정하는 일을 추진했어요. 그리고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비대칭적인 호칭과 대화 등에 관한 94개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인 ‘서로 상호 존칭을 쓰자’를 제1약속으로 삼았고요. ‘서로 존중 5대 약속’을 통해 당원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정치 문화가 당에 정착하길 바랍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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