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오른쪽에서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아 에어컨 출하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가 오는 29일로 확정되자 재계 이목이 삼성전자에 일제히 쏠리고 있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가 선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다시 수감될 경우, 일본 수출 규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삼성의 ‘비상 경영’ 체제가 동력을 잃고 좌초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삼성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 불확실성을 증대 시키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23일 이 부회장의 대법 선고일 확정 소식을 접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하루 일과를 보냈다. 예정된 재판이니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메가톤급 태풍이 몰아칠 수 있는 만큼 사내 안팎에서는 묘한 긴장감도 감지됐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사업부진,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여러 악재 속에서 자칫 경영 공백 사태까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삼성 내부의 초초함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사업이 모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형 외부 악재에도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로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최근에는 삼성의 글로벌 경쟁자 애플이 삼성의 위기를 틈타, 삼성 부품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는 등 삼성 흔들기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부 회장은 ‘비상 경영’을 내걸고 각종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일본 수출 규제 이슈가 불거진 뒤 일본으로 건너가 소재 확보를 위해 현지 재계 관계자들을 만났고, 이달 초부터는 충남 아산의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 경기 평택사업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일본산 소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소재 국산화와 소재 공급선 다변화 등 탈(脫)일본 작업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재계는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은 물론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삼성이 경영 공백으로 흔들릴 경우, 재계 역시 삼성이라는 구심점을 잃고 사태 해결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일본이 향후 경제 보복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재계 내 ‘삼성 역할론’은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를 추가로 수출 규제 목록에 올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기민한 대응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라며 “하지만 삼성이 경영 공백이라는 변수로 이 사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입게 될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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