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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조국 말고도...조성욱 청문회는

입력
2019.08.2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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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조국뿐…6명 후보자는 아예 관심 밖

막중한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베일 속 인물

신상털기 대신 치열한 정책검증 청문회 되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국회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국회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얘기만 하다 보니 청문회에 서야 할 장관 후보자들이 6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조차 잊곤 한다. 모든 이슈가 ‘조국 블랙홀’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법무장관만 장관이 아니고 사법개혁만 국가과제는 아닌데, 나머지 청문회가 최소한의 관심조차 못 받는 건 잘못된 일이다.

물론 조국 후보자를 빼면 ‘빅 샷’이 없다. 그렇다 해도 주목해야 할 인물 한 명만 내게 물어본다면, 자리의 무게에 비해 너무나 생소해서 더 궁금해지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꼽겠다. 지금까지 그에 대해 알려진 건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정ㆍ관계에선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과 동기이고, 선망의 풀브라이트장학생으로 하버드에서 경제학박사를 받은 수재이며, 고려대와 서울대 경영대 첫 여성교수를 거쳐 공정위 38년 역사상 첫 여성수장까지 계속 ‘유리천정’에 도전해 왔다는 점 정도다. 매스컴 활동으로 얼굴을 알린 적도 없고 흔한 ‘캠프’출신도 아니다.

더 파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시빗거리도 별로 없어 보인다. 남성 전용인 병역기피 음주운전은 물론, 미혼이다 보니 위장전입 입시 같은 자녀스캔들도 없다. 총 재산 27억원(모친재산 포함) 중 20억원 이상이 예금자산으로, 하버드 출신 정통경제학자의 재테크치고는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서울대 교수가 된 뒤에도 20평대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았으며, 최근에서야 노모와 함께 살려고 넓은 아파트를 생애 첫 내집으로 장만했는데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보유기간 등 청약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미담’이 흘러나올까.

하지만 훈훈한 이력이 좋은 공정위원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경쟁당국 수장후보로서 그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그의 이 분야 직접 경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재직(1997~2003) 시절 경쟁정책을 다루는 팀에서 일했던 것이 전부다. 청와대는 그의 인선배경으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임을 강조했고, 실제로 재벌거버넌스 문제점을 지적한 많은 논문을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15년 전 KDI 때 작성된 것들이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규제개혁위원 등 정부 쪽 일을 해왔지만 공정거래보다는 금융 쪽에 더 가까웠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시장답게 지키고 키워가는 곳이다. 때문에 시장을 잘 아는 경제학자 출신의 조성욱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분야의 해박한 전문가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신상의 하자는 별로 없고 철학과 소신은 알 길이 없으니 정책검증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회의원들은 청문회에서 공격 소재가 별로 없다고 대충 넘어가지 말고 다음과 같은 점들을 꼬치꼬치 파고들었으면 한다.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 공정위 무게중심이 너무 ‘갑질 근절’ 쪽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본령은 누가 뭐래도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근절, 기업결합심사 같은 경쟁촉진 쪽인데 장차 어디에 무게를 둘 건가.

-연장선상에서 전임자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최고실세인데 ‘리틀 김상조’ 또는 ‘김상조 아바타’가 되는 것 아닌가.

-재벌전문가로서 삼성 현대차 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생각하나. 지배구조개선을 자율에 맡길 건가, 아니면 필요 시 개입할 수도 있나.

-해외 경쟁당국의 최대 관심사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디지털플랫폼의 공정성 문제다. 하지만 잘못 다루면 기술과 서비스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처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힘든 시기에 공정위는 법 집행의 엄정성과 유연성 중 어디에 방점을 둘 건가.

공정위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의 수호자인 동시에 치명적 칼을 쥔 무서운 감시자이기도 하다. 법무부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뜨거운 정책청문회를 기대한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sc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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