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조국뿐…6명 후보자는 아예 관심 밖
막중한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베일 속 인물
신상털기 대신 치열한 정책검증 청문회 되길
조국 얘기만 하다 보니 청문회에 서야 할 장관 후보자들이 6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조차 잊곤 한다. 모든 이슈가 ‘조국 블랙홀’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법무장관만 장관이 아니고 사법개혁만 국가과제는 아닌데, 나머지 청문회가 최소한의 관심조차 못 받는 건 잘못된 일이다.
물론 조국 후보자를 빼면 ‘빅 샷’이 없다. 그렇다 해도 주목해야 할 인물 한 명만 내게 물어본다면, 자리의 무게에 비해 너무나 생소해서 더 궁금해지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꼽겠다. 지금까지 그에 대해 알려진 건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정ㆍ관계에선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과 동기이고, 선망의 풀브라이트장학생으로 하버드에서 경제학박사를 받은 수재이며, 고려대와 서울대 경영대 첫 여성교수를 거쳐 공정위 38년 역사상 첫 여성수장까지 계속 ‘유리천정’에 도전해 왔다는 점 정도다. 매스컴 활동으로 얼굴을 알린 적도 없고 흔한 ‘캠프’출신도 아니다.
더 파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시빗거리도 별로 없어 보인다. 남성 전용인 병역기피 음주운전은 물론, 미혼이다 보니 위장전입 입시 같은 자녀스캔들도 없다. 총 재산 27억원(모친재산 포함) 중 20억원 이상이 예금자산으로, 하버드 출신 정통경제학자의 재테크치고는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서울대 교수가 된 뒤에도 20평대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았으며, 최근에서야 노모와 함께 살려고 넓은 아파트를 생애 첫 내집으로 장만했는데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보유기간 등 청약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미담’이 흘러나올까.
하지만 훈훈한 이력이 좋은 공정위원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경쟁당국 수장후보로서 그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그의 이 분야 직접 경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재직(1997~2003) 시절 경쟁정책을 다루는 팀에서 일했던 것이 전부다. 청와대는 그의 인선배경으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임을 강조했고, 실제로 재벌거버넌스 문제점을 지적한 많은 논문을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15년 전 KDI 때 작성된 것들이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규제개혁위원 등 정부 쪽 일을 해왔지만 공정거래보다는 금융 쪽에 더 가까웠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시장답게 지키고 키워가는 곳이다. 때문에 시장을 잘 아는 경제학자 출신의 조성욱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분야의 해박한 전문가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신상의 하자는 별로 없고 철학과 소신은 알 길이 없으니 정책검증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회의원들은 청문회에서 공격 소재가 별로 없다고 대충 넘어가지 말고 다음과 같은 점들을 꼬치꼬치 파고들었으면 한다.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 공정위 무게중심이 너무 ‘갑질 근절’ 쪽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본령은 누가 뭐래도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근절, 기업결합심사 같은 경쟁촉진 쪽인데 장차 어디에 무게를 둘 건가.
-연장선상에서 전임자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최고실세인데 ‘리틀 김상조’ 또는 ‘김상조 아바타’가 되는 것 아닌가.
-재벌전문가로서 삼성 현대차 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생각하나. 지배구조개선을 자율에 맡길 건가, 아니면 필요 시 개입할 수도 있나.
-해외 경쟁당국의 최대 관심사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디지털플랫폼의 공정성 문제다. 하지만 잘못 다루면 기술과 서비스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처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힘든 시기에 공정위는 법 집행의 엄정성과 유연성 중 어디에 방점을 둘 건가.
공정위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의 수호자인 동시에 치명적 칼을 쥔 무서운 감시자이기도 하다. 법무부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뜨거운 정책청문회를 기대한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sc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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