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121조 1항에는 농지의 소작제도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봉건적 소작제는 사실상 없어졌는데 왜 이와 같은 봉건 경제 성격의 조항을 여전히 두고 있을까? 봉건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소작제가 갖는 비인간적 악랄함을 뼈저리게 경험했기에 그런 소작제의 부활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헌법에서 보호하는 농지와 농업경제 기반 생활이 아니라 훨씬 더 좁은 장소인 도시에서 생활을 한다. 절반가량은 내 집에서 살지 못하는 일종의 ‘도시소작인’ 신세다. 과거 농지소작제 생활처럼 도시에서 우리 삶이라는 게 죽어라 일해도 집값 마련 준비나 임대료로 지출하고 나면 쓸 돈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사교육비 내고 나면 그야말로 빚을 안 지면 성공이다.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때문에 최저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계속해서 늘고 있다. 과거 농지에서 고율의 소작료 때문에 고달팠던 삶이 도시에서 반복되고 있다. 집값도 낮추고, 임대료도 낮춰야만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가장 큰 오해 가운데 하나는 가격 통제로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를 고려해 책정하며, 자본가의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가격을 적용한다. 이러한 방식의 가격제도는 주택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요소를 고려하기 때문에 과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77~1988년 적용했던 획일적 분양가 규제와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실제 건설과정에서는 분양가 산출 항목에 온전히 포함시키기 어려운 비용들이 발생한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만큼 건설과정의 불투명한 비용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시장을 왜곡하는 가격 통제 수단이 아니라 공정시장가격 형성의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큰 오해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주택 공급이 확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경기 변동, 부동산 이외 대체투자수단의 수익률 변동, 이자율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작용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분양가상한제 단독 요인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최근 분양가상한제 시행시기였던 2007~2014년 정비사업의 연평균 인허가 물량은 2.1만호로, 상한제 시행 전인 2006년 1.5만호보다 많았다.
또 많이 꼽는 오해는 가격 통제로 주택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에서도 최신 기술과 자재를 적용하는 적정 품질의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도록 건축비를 책정하며, 인텔리전트설비 비용, 친환경주택 건설 비용, 초고층주택 가산비 등 추가적 품질 향상에 들어가는 비용도 가산비용으로 인정한다.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주택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순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이미 상한제를 적용하는 세종과 위례지역의 아파트는 우수한 품질의 주택 공급 기대로 청약경쟁률이 높기만 하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강고한 정책적 일관성이다. 전매제한기간 설정으로 로또아파트 단기차익을 억제하고 있지만 이 제도만으로는 가격이 계단 형태로 오르는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며, 종국에는 불로소득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해 최초분양가격과 추후 매도가격을 같게 만들어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공공재고로 관리하는 별도의 거래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부문은 사교육과 더불어 과잉산업화되어 있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집값과 교육비 상승을 방치하면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낼 수 없다. 부동산 과잉산업화를 방치하면 개별 가계들의 처분 가능한 소득이 줄어서 산업구조와 일자리의 다양성을 키울 수도 없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삶의 질 개선도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분양가상한제의 철저한 시행이 필요한 이유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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