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마이너스 이자율의 세계에서 해야 할 일

입력
2019.08.24 04:40
27면
0 0
덴마크의 이스케 (Jyske) 은행은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일반인들의 예금에 ‘마이너스 이자율’을 적용한 은행이 되었다. 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 이스케 은행. ©게티이미지뱅크
덴마크의 이스케 (Jyske) 은행은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일반인들의 예금에 ‘마이너스 이자율’을 적용한 은행이 되었다. 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 이스케 은행. ©게티이미지뱅크

도대체 얼마나 자산을 모아야 100세까지 사는 것을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해야, 원금을 잃지 않고 쓸 수 있을까 등등의 질문은 모든 사람이 생각해야 하는 질문이 되었다. 사실 이런 골치 아픈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도 있기는 하다. 현금이 무지 많아서, 2%가 안 되는 은행이자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일부 국가에서는 이 또한 간단하지 않은 방법이 되어 버렸다. 이번 주, 덴마크의 이스케 (Jyske) 은행은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일반인들의 예금에 ‘마이너스 이자율’을 적용한 은행이 되었다. 예금에 마이너스 이자율을 적용한다는 것은 예금을 하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돈을 맡겨두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예금계좌에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고, 한화로 약 13억원 이상이 될 때 연 0.6%를 내야 한다.

덴마크의 이스케 은행이 마이너스 이자율을 적용한 첫 번째 시중은행은 아니다. 이미 스위스의 은행들이 선수를 쳤다. 일반인들을 고객으로 가진 시중은행들의 마이너스 이자율 적용은 올해 시작이 되었지만, 유럽 주요 선진국의 국채가 마이너스 이자율을 기록한 것은 꽤 되었다. 특히 덴마크의 기준이자율은 2012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은 한동안 별로 변화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늘 아껴서 내일을 위하여 저축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저축을 하면, 돈을 더 내야 한다면 힘들게 저축할 이유가 없다. 동시에, 돈을 빌리면 돈을 더 준다. 집을 사려고 대출을 하면, 대출이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오히려 이자를 준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덴마크의 이스케 은행은 10년 만기 주택대출을 할 경우 0.5%의 이자를 대출한 사람들에게 주는 첫 번째 은행이 되었다. 무조건 빌려서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 되었다.

마이너스나 제로에 가까운 이자율이 별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 기업의 문제나 채권 등의 금융시장의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겠다. 당신의 삶과 당장 연결이 된 중요한 것들 중에서도 할 이야기가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주택가격이다. 돈을 빌리는 비용이 거의 안 드니, 사람들은 자연히 대출을 통해 주택을 더 구입하게 된다. 집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덴마크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128.1이다. 주변국가이면서 꽤 오래 국채의 마이너스이자율을 유지해온 스웨덴은 145.7이다. 이 145.7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스웨덴에서 평균 임금을 받는 사람이 평균가격의 집을 사려면 146개월만큼의 임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2000년대 이후 엄청나게 올랐고, 마이너스 이자율이 진행된 지난 몇 년간 또한 눈에 띄게 올랐다. 이렇게 마이너스 이자율 상황하에서는, 앞으로도 임금의 상승률이 주택가격의 상승률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이런 마이너스 이자율의 세계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낮은 이자율의 세계에서는 예전에는 저금을 통하여 수익을 낼 것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상품을 찾아다녀야 한다. 물론 이자율이 플러스인 상태에서도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필요했지만,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또한 마이너스 이자율이 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수익을 내기 위한 상품의 판매에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하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상품에 대한 안내와 조언을 하기 힘들어진다.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과 실적에 목마른 금융인의 합작품은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 결정에 전보다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 감독기관은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좀 더 주의 깊은 정책의 실행을 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들이 마이너스 이자율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국가들이 현재 신경 쓰고 있는 일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GSB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