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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일 중재” 으스대다, 지소미아 종료에 체면 구겼다

입력
2019.08.22 20:02
수정
2019.08.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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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강경화ㆍ고노 초청해 협력 당부하다 뒤통수 맞은 셈

리커창(오른쪽) 중국 총리가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차 베이징을 찾은 강경화(가운데) 외교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리커창(오른쪽) 중국 총리가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차 베이징을 찾은 강경화(가운데) 외교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리자 중국이 씁쓸한 뒷맛을 다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옥죄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고삐가 느슨해진 만큼 내심 쾌재를 부를 법도 하지만, 하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한일 외교장관을 한데 불러 협력을 당부한지 한나절 만에 한일 양국이 최악의 관계로 치달으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리 총리는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강경화 외교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을 초청해 “한중일 협력은 지역에 있어서나 세계에 있어서나 아주 중요한 안전장치이고 촉진제”라며 “올해 3국 협력 20주년을 맞아 협력의 수준을 더 높여나가자”고 강조했다. 전날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3년 만에 열린 것에 주최국으로서 한껏 자부심을 드러내며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회의에서 “연말 3국 정상회의에서 한일 미래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장담하며 “내년을 한중일 협력 혁신의 해로 지정하자는 제안에 한일 양국이 적극 호응했다”고 으스댔다. 하지만 한일 간 해묵은 역사갈등이 경제전쟁을 넘어 안보불화로 번지면서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커녕 한일 간 새로운 청사진도 불투명해졌다. 중국으로서는 판을 깔고 잔뜩 분위기를 잡았지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물론 중국은 그간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발 빠져 물러나 있었다.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미국의 반발이나 향후 국면 전개에 따라 자칫 꼬투리를 잡혀 역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 장관도 22일 주중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20일 한중일 외교장관 만찬 당시 오간 얘기를 전하며 “중국으로서는 3국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오랜만에 모인 상황에서 유감스럽다고 하면서 한일 양국이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 바란다고 했다”며 “그렇다고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마냥 방관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한일 양국의 안보 불협화음이 가뜩이나 악화된 경제갈등의 수위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반도체 메모리의 48%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생산은 큰 차질을 빚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향해 손을 내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 경제의 내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한일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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