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한 뒤 “북미 간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약 70분가량 대화하며 북미 실무협상 전망을 비롯한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 비건 대표는 전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에도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이날 오전 발표한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을 언급하며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대남ㆍ대미 비난 공세를 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낙관하는 이유에 대해 김 차장은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곧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북측에서 대화를 재개하려는 구체적인 신호를 보내온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차장은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에서 한미 간의 긴밀한 협조와 신뢰가 공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도 비건 대표와 이도훈 본부장이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공유되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도 침착하게 대응한 우리 정부에 미국이 신뢰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지금까지 북한이 우리에 대해서 비판적인 멘트를 계속했지만, 우리가 건설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절제한 것에 대해서 미국 측이 높이 평가를 했다”고 덧붙였다.
북미 협상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은 워싱턴에서도 북미관계가 잘 돼야 한다는 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이라며 “북한이 준비가 될 때까지 좀 더 기다리면서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동 가능성도 좀 더 구체화하고 있다. 북한이 다음 달 17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 총회에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한편 이날 김 차장과의 면담에서 비건 대표는 먼저 한ㆍ미ㆍ일 공조의 중요성에 대해 운을 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도쿄를 거쳐 20일 서울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21일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본부장과 만나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예방했다.
2박 3일 서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비건 대표는 행정상 이유로 귀국 날짜를 하루 미뤄 23일 오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판문점 등에서 북한 측과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외교 소식통들은 북미 간 판문점 회동 계획은 없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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