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램펫’ 조선형ㆍ아그네스 리씨 
여자 두 명과 강아지 두 마리, 네 식구의 단란한 가족 사진. 조선형(왼쪽)씨와 아그네스 리씨가 각각 자신의 반려견인 베일리와 베티를 안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반려견은 수명이래 봤자 15년 남짓이라고 해요. 우리 편하자고 주는 사료를 평생 먹고 살죠. 매일 시리얼을 먹고 사는 느낌 아닐까요. 반려견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보고 싶어요.”

유기견이었던 재패니스 스피츠 종 ‘베일리’를 키우는 조선형(34)씨가 말했다. “국내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이미 반려견에게 사료가 아닌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을 먹이는 게 트렌드예요.” 옆에 있던 아그네스 리(39)씨가 보탰다. 그 역시 아메리칸 에스키모 종 ‘베티’의 엄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부터 한집에 살면서 두 마리의 강아지를 ‘공동육아’ 중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동업’을 시작했고, 운 좋게도 서울시의 ‘2019 서울여성 스타트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이 여성창업가를 키우기 위해 실시하는 이 사업은 올해 15명을 뽑아 총 7,50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두 사람은 500만원을 사업자금으로 받는다.

14일 네 식구의 보금자리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을 찾았다. 이곳은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밀키트(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이 포장된 식사 키트) 배송 서비스인 ‘글램펫(Glam Pet)’ 사무실이기도 하다. “베티는 입이 짧고, 베일리는 장이 약해 일반 사료를 잘 못 먹더라고요. 그러다 국내 시판 사료에서 발암 의심 방부제가 들어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당장 사료를 끊고 자연식을 시작했죠. 남은 요리를 주변 반려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아, 이거 사업으로 해도 되겠다’ 싶었어요.”(조선형) 평소 냄비 하나로 반려견과 자신들의 식사를 해 먹던 데서 글램펫 아이디어가 나왔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로 우려낸 육수에 야채를 넣어 저지방 강아지 영양식을 만들어주고, 남은 재료에 간을 추가해 치킨 누들 수프를 만들어 사람이 먹는다. “반려견을 키우는 1인 가구를 기본으로 해서 가구 수에 따라 정기배송 해주는 서비스예요. 사람 먹거리를 주문하면서 소액만 추가하면 반려견 몫까지 같이 오니 일석이조죠.”(아그네스 리) 다음달 시제품을 선보인다.

글램펫이 제안하는 강아리와 반려인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요리 만드는 법. 유튜브 ‘글램펫’ 채널에서 캡처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이씨는 “처음 창업한다고 했을 때 다들 ‘안 된다’고만 했는데 서울여성 스타트업 사업에 참여하면서 창업의 바탕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다. 다른 여성들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 멘토링 해주면서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계획서 쓰는 법, 기업가 정신 등에 관한 창업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료해야 했다. 예산 지원보다 이 교육이 더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두 사람에게 선배 여성기업가와의 만남, 창업 정보 등을 추가로 더 제공할 예정이다.

밥이 다 되기를 기다리는 베일리와 베티. 유튜브 ‘글램펫’ 캡처

창업은 두 사람에게 또 다른 시작이다. 이씨는 “1년만 푹 쉬기 위해”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의 한국지사 대표직을 그만뒀고 조씨는 “이루지 못한 피디의 꿈에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잔 생각으로” 다니던 직장을 퇴사했다. 두 사람은 “우리 본업은 콘텐츠 메이커”라고 입을 모은다. 글램펫 사업을 키우면서 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글램펫)을 운영하면서 자연식 요리법을 비롯한 각종 반려견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직접 촬영과 편집을 한다. 두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평소 고민이 그대로 담겼다.

“회사 다닐 때 저는 그냥 ‘조 대리’였어요. 명함 한 장이면 끝났는데 이젠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되면서 좀 더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에요.”(조선형)

“어린 나이에 대표도 해 봤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날 설레게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저 지금 되게 설레요. 일단은 반려견 자연식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고 프로듀서로도 성장하고 싶어요.”(아그네스 리)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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