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400조 시대의 명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가족들의 채무면탈 의혹에 이어 사모펀드 투자,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독식 및 외국어고 재학 중 논문 1저자 등재 등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홍인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족 금고’처럼 활용했다는 논란을 사고 있는 사모펀드 업계가 조만간 운용자산 400조원 시대를 맞는다. 정부의 규제완화 지원사격 속에 불과 4년 새 두 배로 몸집을 불린 사모펀드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에 처한 기업 회생을 돕는 등 자본시장의 새 수익원이자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긍정적인 시각 이면에는, 단기 수익을 노리며 오히려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흐리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몇몇 대형 펀드로의 지나친 편중도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급성장하는 사모펀드 시장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크게 ‘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나뉜다. 헤지펀드는 주식ㆍ채권ㆍ실물자산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투자자 자금을 모아 특정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해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투자 수익을 얻는 형태다.

사모펀드는 지난 2015년 10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 기준을 인가에서 등록으로, 펀드 설립은 사전등록에서 사후보고로 간소화했다. 이런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2015년말 200조원 수준이던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지난 16일 390조원을 넘어서며 곧 40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뒀다.

특히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지난해 말 기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530개로,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말(110개) 대비 5배 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투자자들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출자를 약정한 금액(20조→69조원)도 3.4배 커졌다.

◇위기 기업에 자금 공급 ‘순기능’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시장은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초대형 사모펀드 삼두마차’가 이끌고 있다. MBK와 한앤컴퍼니는 토종 펀드로 분류되고, 어피니티는 홍콩계다.

이들은 ‘모험 자본’ 역할에 적극적이다. 과거에는 부실 기업이 생기면 산업은행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청산 절차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등장해 대규모 투자금을 끌어들인 뒤, 부실 기업을 사들여 정상 기업으로 만드는 등 기업 회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실제 MBK는 작년 말 기준 출자 약정액 규모만 9조8,978억원에 이르고, 어퍼니티 또한 비슷한 규모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앤컴퍼니는 M&A로 대표적인 모험 자본 역할을 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재무 상황이 악화한 SK해운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들은 재무 상황이 안 좋거나 업황이 나쁜 기업을 인수하려면 기존 사업에 함께 악영향을 끼칠까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반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 회생에만 집중할 수 있어 M&A에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사모펀드-박구원 기자
◇”몇 개 펀드가 M&A 판도 좌우”

하지만 급성장의 이면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국내 M&A 시장은 사실상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간의 경쟁이 됐다. 일반 기업들이 불확실성 탓에 몸을 사리는 사이, 자칫 국내 산업이 사모펀드의 수익창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매각은 이런 우려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올해 10월까지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무조건 팔아야만 했다. 기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던 롯데그룹은 금융 및 산업계에서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롯데카드는 MBK에,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에 매각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장착한 사모펀드가 많아지면서 산업 내 인수 및 합병 과정에서 대형 펀드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며 “기존 재계로서는 사모펀드가 산업에 깊숙이 침투하는 게 두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 창출 위해 기업과 갈등 빚기도

또 펀드라는 특성상 일정 기간 내에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인수 대상 기업에 무리한 행동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기업에 거액의 배당이나 옵션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독한 배당’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15년 태림페이퍼 최대주주였던 정동섭 회장 보유 지분을 사들인 IMM은 지분 매입 후 자진상장폐지를 거쳐 자사주 공개매수로 지분율을 95.12%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IMM은 자진상폐 2년 뒤인 2018년 주당 4,311원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2013년(25원) 2014년(30원) 등 태림페이퍼의 과거 배당금보다 100배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였다. 시장의 감시가 허술해지는 상장폐지를 통해 배당금으로만 600억을 챙긴 것이다.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옵션 행사로 시끄러운 곳도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01%(1조2,054억원)를 인수했다. 당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은 어피니티에 2015년까지 IPO(기업공개)를 약속하면서, 기한 내 IPO가 불발될 경우 어피니티가 보유 지분을 신 회장 측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부여했다.

이후 교보생명의 IPO가 미뤄지자 어피니티가 2017년 말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산출한 공정시장가격(40만9,000원)에 자신들의 지분을 사가라고 신 회장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가격이면 신 회장 측이 조달해야 할 자금은 2조원에 이르러, 신 회장 측은 무리한 요구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탓에 재계에선 최근 사모펀드 규제를 더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 움직임에 예민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 대로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게 △‘의결권 있는 주식’ 10% 취득 △취득 주식 6개월 이상 보유와 같은 규제가 아예 폐지된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우선 힘써야 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종종 단기 이익 회수에만 집착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