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고진석 대표 “돈 빌려줘도 될 사람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가려낸다”

금융업체들은 대출시 담보를 확보하거나 각종 신원 증명 서류를 통해 대출자의 신용 상태를 가늠한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가려도 대출자가 돈을 갚지 않을 위험이 얼마나 될 지는 알 수 없다. 서류로 이를 판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전문 스타트업 텐스페이스는 독특한 기술로 틈새 시장을 파고 들었다. 이 업체는 사회관계형 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용을 평가한다. 한마디로 돈 빌려줘도 괜찮을 사람을 가려내는 사업이다. 2014년 텐스페이스를 창업한 고진석(48) 대표는 이를 금융 위험 예측 서비스라고 부르며 ‘아스터 리스크 매니지먼트(RM)’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고진석 텐스페이스 대표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핀 테크 사업 가운데 신용평가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이한호 기자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이 핵심

이를 위해 고 대표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한 TCM(Trust Communication Management)이라는 독특한 분석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TCM에서는 여러 사이트에서 실명을 공개하고 활동하는 사람일수록 진실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이런 활동 기간이 2,3년 이상 길고 꾸준하며 SNS에서 친구를 맺은 지인들의 성향이 비슷하다면 신용도를 더 높게 반영한다.

이때 평가 대상자의 댓글 활동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고 대표는 “댓글을 많이 달면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활발하다는 뜻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적어도 5명 이상과 꾸준히 댓글 활동과 대화를 하면 돈을 빌린 뒤 갑자기 사라질 염려가 적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SNS에 공개한 평가 대상자의 활동을 통해 자기 관리 능력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특정 취미나 동호회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지속적 상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텐스페이스는 신용 평가 대상자의 SNS 지인들이 공개한 글이나 정보까지 AI로 분석한다. 고 대표는 “SNS에서도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 적용돼 2,3년 이상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속이기 힘들다”며 “개인의 조건(스펙)만 보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처럼 SNS의 상호 관계와 지인들을 분석하면 스펙으로 알 수 없는 신뢰도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란 할리우드의 배우들은 6단계 이내에서 미국 유명 배우 케빈 베이컨과 연결된다는 이론으로 몇 단계만 거치면 아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텐스페이스가 금융기관의 의뢰를 받아 분석하는 자료들은 모두 공개된 것들을 기반으로 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분석이 끝나면 모두 없애 버린다. 특히 미국 정부가 공개하는 29개의 자금세탁방지(ALM) 사이트 등 합법적인 자료도 적극 활용한다. 고 대표는 “미국 정부는 금융범죄자들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을 ALM 사이트 등에 공개한다”며 “이 자료와 SNS 게시물들을 종합해 아스터RM의 TCM 기술로 분석하면 AI가 빠르면 4분만에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고 말했다.

텐스페이스에서 해외 배포한 영문 소개 영상 중 아스터RM의 분석 방법을 소개한 화면. 텐스페이스 제공

◇미국 스트레이츠 파이낸셜 그룹에 공급, 해외 시장 본격 공략

이 같은 텐스페이스의 사업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국 금융업체들이다. 고 대표가 배포한 영문 영상 자료를 본 미국 금융업체 가운데 스트레이츠 파이낸셜그룹이 최근 서울의 텐스페이츠를 방문해 아스터RM을 시연한 뒤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고 대표는 “이달 말 미국 시카고에서 스트레이츠 파이낸셜그룹과 아스터RM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트레이츠 파이낸셜 그룹은 미국 시카고에서 선물거래, 증권사, 펀드운용사,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운영하는 종합 금융기업이다.

고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국민들의 평균 연령이 젊고 경제 성장으로 대출이 활성화됐지만 신용평가 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목표로 했다”며 “지난해 베트남에 연구소를 세워 1년간 연구했고 9월중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텐스페이스는 베트남에서 곧 아스터RM을 이용해 AI로 신용평가를 한 뒤 돈을 빌려주는 AI 무인대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텐스페이스는 베트남 현지 은행과 협의중이다.

고 대표가 베트남을 우선 진출 대상으로 꼽은 이유는 신용평가 사업이 발달하지 않은 반면 SNS를 아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페이스북 계정을 2개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SNS 사용량이 많아서 핀테크 사업이 잘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베트남에서 시작하는 AI 무인 자동대출 서비스는 텐스페이스에 빅 데이터를 활용한 또다른 사업 기회를 만들어 줄 전망이다. 고 대표는 “AI 무인 자동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개인 정보 제공 동의를 받은 뒤 현지 진출하려는 기업들과 각종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을 해볼 수 있다”며 “AI 무인 자동대출의 주 목적은 빅 데이터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텐스페이스는 국내에서도 대부업 등록을 하고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이용해 100만원 미만의 소액 대출을 해주고 있다. 국내 역시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대부업보다 빅 데이터 사업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고진석 대표, 아이러브스쿨의 기술이사 출신의 1세대 벤처인

고 대표는 인터파크를 만든 모태 회사인 이네트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한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이후 동창생을 찾아주는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로 유명한 아이러브스쿨의 기술이사를 거쳐 온라인 교육업체 스터디코드와 모바일 게임업체 엔터게임즈에서 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금융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에 핀테크에 관심을 갖고 텐스페이스를 창업했다. 고 대표는 “신용평가 사업이 빅 데이터를 이용한 대표적인 핀테크 사업”이라며 “이를 위해 5년간 꾸준한 실험과 연구 개발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8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는 고 대표는 앞으로 10년간 아스터RM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외부 투자업체들로부터 충분한 투자를 받아서 향후 10년간 깊이 있는 연구 개발에 문제가 없다”며 “그 사이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고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는 “경쟁이 심한 해외에서 살아남는 스타트업을 밀어주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정부가 스타트업이라고 무조건 지원해서 좀비 기업만 늘리는 것은 의미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 지원으로 경쟁력 떨어지는 스타트업의 숫자만 늘리는 것은 세금 낭비이고 결국 고용 불안을 가져오게 된다”며 “죽음의 터널을 빠져나온 능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가려서 집중 지원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나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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