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내부에서 향후 금리 향방을 두고 치열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견조한 미국 국내 지표를 중시하는 이른바 ‘전통주의’ 세력과, 불안한 세계경제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진보주의’ 사이의 대결이 팽팽하다. 당장 시장의 확신대로 다음달 추가 금리인하가 실행될 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내용을 분석한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FOMC 위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고 요약했다. 통화완화적 성향을 띤 최소 2명의 위원이 0.25%포인트를 넘어 0.50%포인트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폈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위원은 금리 동결을 원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다툼은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7월 인하를 긴 금리 인하 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중간(mid-cycle) 조정’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양측의 차이는 미국 국내 경제지표와 세계경기 둔화 전망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둬야 하는 지에서 갈렸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진영은 소비지출 데이터 등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반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진영은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제경기 둔화 여파가 미국 경제에 미칠 수 있다며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회계 및 자문기관인 그랜트손턴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경제학자는 “(FOMC 내부에) 자국 경제를 중시하는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와 국제 경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진보주의자(progressive)’ 간 의견 차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 세력의 다툼이 있었고, 금리인하 결정도 미세한 차이로 내려졌기 때문에 파월 의장이 (이를 종합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풀이했다.
이날 연준 의사록 내용은 예견된 것이었기에 시장은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회의록 공개 후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10년 만기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지난 14일 이후 일주일 만에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흔히 시장이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기준금리 대폭 인하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무역협정에 잘 대응하고 있다. 유일한 문제는 파월과 연준이 있다는 것”이라며 연준을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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