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행복나래 대표 경력 살려
사회적경제인으로 인생 2막
후배들에 컨설팅·교육 등 헌신
경북 상주 ‘전준한 기념관’ 공사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했으면…
2회 수상자 덕망 높은 분 기대
그는 잰걸음으로 정각에 들어섰다. 전날, 주어진 물리적 시간을 두고 신경전을 펼친 터였다.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는 것을 실랑이 끝에 앞뒤 스케줄을 흔들어 딱 1시간만 인터뷰하기로 했다. 강대성 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는 “SK 사회적기업 행복나래 대표 때보다 더 바쁘게 더 보람되게 더 자유롭게 산다”고 했다. 20일 제2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공모마감을 딱 열흘 앞두고 초대 수상자인 그를 서울 용산역 한 카페에 만났다. 막 고용노동부 105개 사회적기업 인증심사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차를 권하자 생수병을 흔들며 “(인터뷰) 시작하자”고 했다.
-사회적경제와 관련해 공식 직함이 몇 개인가.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 이사장, 사단법인 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육성전문위원, 경기도 공유경제 촉진위원회 위원 등을 갖고 있다.”
-그 직함을 가지고 그 기관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가.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은 은퇴자들의 재능기부 플랫폼이다. 청년기업가, 사회적기업가에게 경영진단, 코칭, 교육을 하고 있다. 굿피플인터내셜은 국제구호개발 NGO이다. 모금을 하고 그 재원을 가지고 배분 사업을 통해 국내외 소외 계층을 돌보는 데 주력한다. 해외 13개국 아동 6,500명과 국내 그룹홈을 통해 소외 아동 약 600여 명을 후원하고 모살피고 있다. 고용노동부 육성전문위원으로서 주로 사회적기업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일과 사회적기업 인증심사를 한다. 경기도에선 공유경제 활성화 아이디어를 내고 관련 활동을 한다. 경기도는 ‘경기도 내에서 공유경제를 어떻게 실현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전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과거는 어땠나.
“사회적기업이 출범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인증제도를 두고 정부 주도 하에 사회적기업을 육성해 왔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인증할 거냐 숫자적 목표를 갖고 정부가 양적 성장을 주도해 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관 주도 정책이라고 비판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 공적 자금을 투입, 조기 정착을 이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는 어떤가.
“정부가 양적 성장을 주도한 결과 인증 사회적기업이 2,200개를 넘어섰다. 사회적기업이 전체 사회적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이 수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현재는 사회적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 질적 성장에 역점에 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가치 측정모델도 만들고, 그걸 적용해서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는 중이다. 머지않아 사회적기업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기업 스스로 계산해 보는 시대가 열린다.”
◇스타트업 사회적기업에 정부 지원 과한 것 아냐
-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이 이끄는 사회적기업 행복나래 대표를 역임했다. 이건 공적 영역과 다른 사적 영역의 사회적경제 체제다. 사적 영역의 사회적경제인과 현재 하고 있는 공적 영역의 사회적경제인, 둘의 역할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행복나래 대표할 때는 행복나래라는 법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적기업을 서포터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좀 더 자유롭게 중·고·대학생, 공무원, 예비청년창업가, 기창업자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굿피플인터내셔널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사회가 분업화되고 복잡다단해져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생속도를 해결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은 어느 한 조직에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 사회적경제 조직, 비영리 조직, 영리 조직이 협업해서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행복나래 대표의 경험을 백 분 살려 공적 영역에 적용할 것이 있다면.
“대기업 눈높이로 사회적경제를 보면 100% 실패한다. 사회적경제 현장, 그들의 눈높이로 봐야 한다. 답은 현장에 있다. 대기업과 협업은 반드시 현장 파악한 뒤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초창기에는 정부 주도로 이끌다 보니 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들, 은퇴자들에게 마중물은 필요했기 때문에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부 지원이 끝나면 다 죽었으냐, 아니다. 90% 넘게 살아남아서 대기업, 영리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 성장기에 접어든 사회적기업들은 정부 지원받은 것을 이제 사회에 환원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선순환 메커니즘이 저절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악화(사회적경제)가 양화(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건 문자 그대로 침소봉대다. 그럴 일은 없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뭔가.
“결국은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를 만들어 가면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영리기업은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고 그 다음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사업 활동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사회적경제는 두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실현해야 한다. 혁신성, 창의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협동조합의 날 100돌 때 전준한 학술대회 열자”
-지난해 경상북도가 제정한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 초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뒷이야기를 듣자니 당초 응모를 안 하려고 했다고.
“한국일보와 경상북도가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결국 경북도 내에 있는 사회적기업가에게 가지 않겠나 짐작해서 망설였다. 심사결과 만장일치로 저를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과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으로 사회적 공헌도가 큰 인물을 발굴해 내고,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도 훌륭한 인물을 찾으면 좋겠다.”
-전준한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1927년 1월에 경북 상주 함창에서 서민들에게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민간 주도 협동조합을 만들어 그 효시가 된 분이다. 그게 가치가 있는 거다. 10여 명이 의기투합 불과 4개월 만에 400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그 당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참 놀라울 따름이다.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이 협동조합의 날인데, 올해가 97돌이었다. 100돌쯤에는 전준한 선생에 대한 업적을 기리는 학술포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상의 공신력도 더 살고.”
-전준한 선생이 협동조합운동을 벌인 것은 90년 전에 일이다. 오늘날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종사자들이 전준한 선생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면.
“사회적경제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사회적기업가로서의 초심, 정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전준한 선생은 1927년 7~8명으로 시작한 함창협동조합운동의 영향으로 불과 3~4년 만에 100여개의 협동조합이 전국 도처 생겨났어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인간인지라 초심이 흔들릴 수 있는데, ‘내가 사회적경제 조직에 들어와 뭔가 하겠다’는 최초의 결심을 그 기업을 떠날 때까지 잃어버리면 안 된다.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경상북도는 지금 경북 상주 함창 일원에 ‘전준한 기념관’을 건립 중이다. 기념관이 완공되면 1회 수상자로서 역할을 할 건가.
“경북도의 요청이 있으면 뭐라도 하겠다. 전준한 기념관이 들어서는 상주 함창이 민간협동조합 성지로 자리매김하려면 여러 지역의 오피리언 리더에게 조언을 받아서 그 격에 걸맞게 만들어야 한다. 성급하게 만들지 말고 연수원, 교육, 세미나 공간까지 갖춘 공히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좋겠다.”
-차기 수상자는 이왕이면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는가.
“오늘(20일) 공모가 떴는데, 각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조직 리더로서 존경받는 분들이 다수 응모를 해서 치열한 심사를 통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분이 당선되면 좋겠다. 이 부분은 공동 주최사인 한국일보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경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밝고 고무적이다. 정부에서도 사회적경제 영역에 진입이 용이하도록 인증제도를 정비하고 있고, 성장 단계별로 적절한 멘토링을 잘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1세대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고 기반을 잡았다. 이제 이들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대물림하는데 앞장서면 좋겠다. 그러면 세계적인 사회적기업들이 많이 등장할 거다.”
글·사진=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강대성 굿피플 상임이사= 1982년 유공(SK이노베이션 전신)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SK맨으로 살았다. 2011년 SK 계열사 MRO코리아 CEO로 취임했다. 이 회사를 대한민국 최대의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1,000억 원(2010)의 매출을 2,750억 원(2015)으로 끌어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퇴직 후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에 활로를 터주고,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제1회 전준한 사회적경제 대상(2019), 국무총리표창(2016),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자 대통령표창(단체 부문, 2014), 한국생산성학회 생산성 CEO 대상(2014)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나는 착한 기업에서 희망을 본다』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