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수형생활을 한 수형 피해자들이 제기한 군사재판 재심 청구 최종선고가 지난 1월 17일 내려졌다. 이날 오후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의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 기각’ 판결로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은 제주4ㆍ3 생존수형인 18명이 71년 만에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을 지급 받게 됐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정봉기)는 지난 1월 17일 열린 재심 당시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99ㆍ여)씨 등 제주4ㆍ3 생존 수형인 17명과 별세한 현창용(88)씨 가족 등 18명이 지난 2월 22일 제출한 형사보상 청구서에 대해 심의한 결과 이들에게 53억4,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자가 무죄 판결을 받거나 검찰의 공소가 기각될 경우 국가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날 “4ㆍ3사건의 역사적 의의,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 대부분 생존 수형인들이 청구한 금액 수준으로 인용했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2019년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이 6만6,800원임을 고려해 보상금액을 법에서 정한 최고액인 구금일 1일당 33만4,000원을 적용했다. 형사보상금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죄가 확정된 해의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최대 5배까지 지급할 수 있다. 이 같은 1일 보상금액을 적용할 경우 구금일수에 따라 최고 보상액은 약 14억7,000만원이며, 최저는 약 8,000만원이다.

이들 4ㆍ3생존 수형인들은 4ㆍ3사건 당시 구속영장 없이 임의로 체포됐고, 재판절차 없이 전국 각지 형무소로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4ㆍ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받은 사람은 2,530명으로, 이들은 형무소로 이송된 이후에야 자신의 죄명과 형량을 통보 받고 형을 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상당수가 불순불자라는 이유로 사형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번 재심에서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은 4ㆍ3생존 수형인 18명도 1948~1949년에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명예회복을 위해 2017년 4월 19일 제주지법에 4ㆍ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9월 3일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재심 개시 결정으로 군법회의에서의 유죄 판결은 무효가 됐고, 이유도 모른 채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은 같은해 10월 29일 처음으로 ‘정식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어 지난 1월 이들은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이들 수형인들과 변호인 측은 재심 이후 지난 2월 22일 관할 법원인 제주법원에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액은 53억5,743만원으로, 올해 1월 기준 최저 시급에 하루 8시간을 곱한 후 수감일수와 법정 출석일수를 적용해 산출했다.

형사보상 절차에 따라 제주검찰청도 지난 5월 생존수형인 18명의 형사보상에 대한 의견서를 제주법원에 제출했다. 당시 검찰 측은 “청구액을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인 구금 기간은 군사재판 당시의 기록이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구금 기간이 특정된다 하더라도 생존수형인들의 정신적 피해의 정도와 국가기관의 위법 정도 역시 산정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에 따른다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실상 검찰에서는 형사보상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보상이 결정되면 제주지검은 청구인들에게 형사보상금을 지급해야한다.

생존수형인 측 변호인은 이번 형사보상청구 외에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공소기각을 받은 생존수형인 외에 나머지 수형인 중 6명도 재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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