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 원천 기술 보유 강국인 이스라엘과 아시아 국가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종 타결했다. 이번 FTA 타결로 양국 간 교역 확대뿐만 아니라 미래산업 관련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지시간 2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엘리 코헨(Eli Cohen)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한국-이스라엘 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2016년 5월 ‘한-이스라엘 FTA’ 협상에 돌입 이후 약 3년 간 여섯 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루벤 리블린(Reuven Rivlin) 이스라엘 대통령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FTA를 조속히 타결키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협상이 급속히 진전돼 약 한 달 만에 FTA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
양국은 향후 세부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한 뒤, 협정문 법률 검토(Legal Scrubbing) 작업을 거쳐 가서명 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협정문 영문본 공개, 정식 서명, 국회 비준 등을 거쳐 협정 발효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FTA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관세율 7%)를 비롯해 부품(관셰율 6~12%), 화장품(관세율 12%) 등 수출액 중 97.4%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또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2위 품목인 ‘전자응용기기’의 경우 3년 이내 관세가 철폐된다. 다만 쌀, 고추, 마늘 등 일부 채소류와 육가공품 등의 농‧수‧축산 품목은 기존 관세가 유지된다.
양국은 이번 FTA로 항공, 보건ㆍ의약, 가상현실, 빅데이터, 재생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협력도 확대한다. 공동연구, 기술이전, 연구인력 교류, 법제도‧지재권 등에 대한 정보 교류, 학술 및 교육‧훈련 행사 개최, 공동 사업화 등을 통해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와 소재ㆍ부품ㆍ장비 협력 양해각서(M0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원천기술 연구 역량과 기술사업화 노하우를 보유한 이스라엘과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장점을 살려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 기술을 진일보시키는 동시에 제조업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의 핵심 국가 중 하나인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하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됐다. 향후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이스라엘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ICT, BT, 신재생에너지․항공우주 등 다양한 미래산업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과의 산업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양국은 ‘한-이스라엘 산업기술연구개발기금(KOR-IL RDF)’을 연간 400만달러로, 현행 대비 2배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신소재, 재생에너지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양국의 R&D 투자를 가속화하고, 협력의 양상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 본부장은 “원천기술 보유국인 이스라엘과의 상생형 산업 기술 협력 증진이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생산기술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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